강남부자들의 투자 비밀노트-저금리 장기화로 미술품에 눈 돌려…박수근·김환기 등 작품값 천정부지
부자들은 위기 때 돈을 불린다.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당시 부자들은 역발상 전략으로 꾸준히 부(富)를 증식시켜 나갔다. 그만큼 부자들은 돈 냄새 맡는데 탁월하다는 것이다.
강남부자들의 투자 노하우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중요한 투자 노하우는 투자기간이다. 흔히들 투자에서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부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번 투자 했으면 황소걸음 걷듯 천천히 걸어갈 줄 아는 ‘투자기간’에 있다. 금융자산은 마음만 먹으면 중도해지나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나 ‘시장’ 리스크보다는 ‘중도해지’ 리스크가 더 큰 것다. 따라서 부자들은 금융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부동산 같은 경우 거래과정 및 현금화 하는 시간 자체가 오래 걸리고, 세금 때문이라도 최소 3년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투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남부자 가운데 부동산 부자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부동산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강남부자들은 부동산이 아닌 미술품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강남 부자들이 미술품 투자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건 2000년대 중반으로 당시는 주가 지수 1000을 돌파하고 펀드 등 간접투자 시대가 열리던 시기였다.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자 부자들의 뭉칫돈들이 대거 미술시장으로 몰렸다. 특히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천경자, 이우환 등의 작품들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일례로 이우환의 작품은 2000년도 초반 1000만원대였던 것이 2007년엔 수억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술품 가격은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국내에서 안목을 높인 부자들은 국제 미술시장에서 거래되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장샤오강, 웨민쥔, 쩡판즈, 짱후안 등 중국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여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강남 부자들은 그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작가의 활동 여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그림 가치를 판단할 때 접근성은 주식과 비슷하다. 코스피 지수가 상승해도 미래가 불안한 상장사의 주가는 떨어지기 마련.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지수 전체가 오르는 것보다는 자신이 매수한 종목이 상승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미술시장이 크게 좋아진다고 해도 작가가 인정을 받지 못하면 그림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코스피 시장에서 가치 평가의 핵심 요건이 상장기업이라면 그림 시장에서는 작가의 행보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또 한가지 그림투자의 성공여부를 판가름 하는 것은 구입 자금이 ‘여유자금이냐 아니냐’다. 구매한 그림은 최소 5년 이상 소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식이나 적금처럼 단기성 혹은 1~2년 이내에 거래할 생각이라면 애초에 수익률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장기 투자가 목적인만큼 무리하게 금융 대출이나 개인 빚으로 구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