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정상화 기조를 이어가기에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목을 잡는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실물경제에 전이되면서 경기 둔화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내리기도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핵심 정책과제로 ‘물가안정’을 꼽은 탓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물가상승률 2%대 목표”에 보조를 맞추자면 금리인하는 어려운 선택지다.
결국 기준금리 동결을 7개월째 이어가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고육책이란 평가다.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 동결= 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한 것은 이미 예상됐다.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시행한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두고보자는 관망세가 컸다. 금통위도 이 같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경제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없어지면서 금통위도 금리를 동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장기간 동결하면서 금통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에 금리정상화 신호를 주지 못하면서 통화정책 효력도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의 정기예적금에 대한 지급준비율 인상이 거론되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실제 실행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자체 분석한 결과 지준율 인상이 시중 통화량을 흡수해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철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지준율을 올리면 은행의 콜금리가 오르게 되는데 기준금리를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콜금리가 오르다 보니 다시 통화량을 공급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인하? 전망 엇갈려= 향후 금통위의 행보에 대해서는 시장의 전망이 엇갈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12일 “유로존의 경제가 안정화되는 신호가 일부 보인다”라고 말했지만 “심각한 하방 리스크가 상존한다”라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최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해야 하지만 지난해 많이 올리지 못한 탓에 물가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2분기 후반쯤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지나 토로스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의 현재 수준이 낮은 데다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를 고려하면 4분기 경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