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을 둘러싸고 서방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란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이 예고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세계 4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이지리아의 석유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것도 가뜩이나 불안한 상품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과 서방의 대치 양상은 12일(현지시간)에도 계속되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유발했다.
이란 핵과학자 암살 테러를 계기로 양측의 신경전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은 최근 자동차 폭탄 테러로 숨진 자국 핵과학자 모스타파 아흐마디 로샨의 사망의 배후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있다며 유엔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방은 오히려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에 주목, 이란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양측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 대(對)이란 제재에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도 이란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12일 일본을 찾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아즈미 준 재무상을 만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원유 수입국인 일본의 이란산 원유 의존도는 사우디아라비아(30%) 아랍에미리트연합(UAE, 20%) 카타르(10%) 다음으로 네 번째로 높아 이란의 원유 산업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산 석유 금수를 비롯한 대이란 추가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란과 서방 측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과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서방국의 대이란 제재 강도가 실제로 높아져 원유의 20%가 지나다니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이란의 경고가 실행될 수도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유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에다 나이지리아 정유업계의 무기한 총파업으로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전국석유가스노조(Nupeng)는 이날부터 소속 조합원들을 원유생산시설에서 철수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나이지리아는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주요 원유 조달 국가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는 잇단 악재로 이미 취약한 상태여서 이란발 오일쇼크가 초래되면 충격을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