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조사결과 발표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는 물론 이를 다시 하도급을 줘 소위 ‘통행세’를 거둬들이는 사례가 공개됐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다른 계열사로부터 손쉽게 수의계약을 체결한 후 별다른 역할 없이 다른 중소기업에게 하도급을 줘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 있는 기업집단 소속의 물류·광고·SI 등 20개 업체의 내부거래 현황과 사업자선정방식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사례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A 광고회사는 지난해 계열사 B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홍보영상 계약을 3억1000만원에 수주한 후 중소기업 C사에 2억7000만원에 하도급을 줬다. 대기업이 단순히 거래 단계에만 끼어들어 부당이익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포착된 것이다.
또 광고분야의 갑(甲)사는 지난 2009년 계열사 병(丙)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00물류 박람회’ 관련 홍보를 4억6000만원에 수주한 후 중소기업 을(乙)사에 3억8000만원에 하도급을 줬다. 갑사는 아무 역할 없이 중간에서 8000만원의 이익을 올린 것이다.
SI분야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2010년 D사는 계열사 F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000라이센스 도입’을 130억원에 수주한 후 소프트웨어업체 E사에 108억원에 하도급을 줘 D사는 22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물류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G사는 지난 2009년 계열사 H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부품운송’을 33억원에 수주한 후 30억원에 I사에 하도급을 줘 3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물류·광고·SI 업체들은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전체 기획 및 총괄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계약의 세부 업무는 중소기업 등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히 거래단계만 추가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통행세 관행’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은 아니지만 대기업 계열사들이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이득을 취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행세 관행은 발주한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기업 모두가 손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