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채용 열풍 문제없나]④.일회성 정책 안 되려면
최근 일고 있는 고졸채용 열풍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나 기업의 의식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이공훈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 공동대표는 “고학력자라는 이유로 연봉과 지위가 높은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라며 “이런 현실을 간과한 채 정부가 무조건 고졸을 채용하라고만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도 “고졸채용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한데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 학력에 따른 임금차별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9월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자의 2010년 평균월급은 166만100원으로 4년제 대학교 졸업자 평균 258만9000원에 비해 92만8000원 적었다. 또 고졸자와 대졸자간 평균임금 격차는 2007년 88만5000원에서 2010년 92만8000원으로 확대됐다.
민간 연구소의 조사에서는 격차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는데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소’ 김수현 연구원의 ‘심회되는 임금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대졸자와 고졸자의 월평균 임금격차는 113만2000원에 달한다.
또 고용노동부가 2010년 6월부터 전국에 있는 3만2000개의 사업장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력별 시간당 임금은 대학 졸업자는 1만7170원인데 반해 고졸자는 9944원으로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인상률을 봐도 차별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고졸자의 평균월급은 전년대비 2.15% 늘어났지만 대졸자는 2.62% 올라 인상폭이 대졸자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현 연구원은 “대졸자와 고졸자의 현재의 임금격차는 학력으로 인한 격차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고졸 임금근로자는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대졸자보다 오래 일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낮은 임금을 감수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통해 고졸 임금근로자와 대졸 임금근로자 사이의 임금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졸과 대졸의 임금격차는 기업 내부에 기본적인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졸 공개채용을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만 봐도 고졸 신입직원의 1년차 연봉은 2500만원선으로 5000만원대인 대졸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회사에 다니면서 4년간 대학에 준하는 교육을 이수하면 대졸 신입사원과 동일한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뒤집어보면 결국 고졸과 대졸자에 대한 근본적인 차별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윤기 교수는 “한국의 기업은 사무직은 대졸자, 생산직은 고졸자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이는 학력에 따른 고용형태나 임금의 차별을 두지 않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같은 직무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고졸이라는 이유로 임금차별이 존재하는 데 이를 금지할 수 있는 강제적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기업 내부적으로 존재하는 고졸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교육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기업이 고졸채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잘 적응하기 위한 직원교육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최근의 고졸채용이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벌의식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고졸채용을 기업 자율에 맡길 경우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 연구원은 “고졸 쿼터제 처럼 고졸인력의 사회진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홍 교수도 “(정부가) 고졸채용을 장려하는 데만 머무르지 말고 정부부터 7급, 9급 공무원 채용을 고졸자 중심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