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부실기업들 은행돈 빼돌리기 주의”

입력 2011-10-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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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장 악용한 재산 국외도피…3년간 15건 3000만달러 달해

# 부산에 소재한 A수산 대표 박모씨는 최근 경영악화 등으로 회사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자 칠레에 있는 수출자와 사전 공모해 국내은행에 수입 신용장을 개설한 후 일부러 상품가치가 거의 없는 냉동해삼을 수입했다. 이후 박모씨가 계약 내용과 물품이 상이함을 이유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신용장 개설은행은 신용장의 추상성에 따라 수입대금을 대지급할 수 밖에 없었다.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지난 13일 이런 수법으로 은행돈 미화 100만달러(한화 11억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박모씨(남, 53세)를 적발해 부산지검에 송치하고, 공모자인 해외 수출자 P모씨(남, 52세)는 지명 수배했다.

또 해외로 빼돌린 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박모씨가 그 돈의 일부(한화 5억원 상당)를 수출대금으로 위장해 국내의 차명계좌로 송금받아 은닉·자금세탁한 사실도 추가 적발했다.

이처럼 최근 부실기업들이 수입신용장을 악용해 은행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입신용장을 악용한 재산 국외도피(일명 먹튀사업자) 검거 실적은 15건, 약 3000만달러에 이른다. 건당 피해금액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품목은 의류, 원단, IC, 수산물 등 그 종류가 다양하고, 국내 시중은행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신용장 사기를 통한 재산국외도피 행위는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한 화이트칼라의 신종 지능 범죄로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용장 사기 적발을 위해서는 수입 및 체화자료, 신용장 대지급 자료 등의 연계분석이 필수적인데, 관련 자료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관세청만이 그 단속이 가능하다”며 “이와 유사한 피해를 입었거나, 향후 이런 사례가 발생한 은행들은 세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관세청은 향후에도 수출입 기업의 불법 자본 유출 등 국부 유출행위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심각성을 감안,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 끝까지 추적·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장의 추상성이란?

=신용장 개설은행이 수입 물건과는 상관없이 운송서류가 수입신용장 조건과 일치한다면 수입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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