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재정건전성 엉망…메가뱅크 추진 차질

입력 2011-10-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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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낮고 예대율 높고…감사원 평가‘D’

금호생명 비싸게 인수 2600억원 손실 우려

“구체적 민영화 추진전략 없다”지적도

산업은행이 타 금융회사 인수 등에 힘을 쏟는 등 한눈을 팔면서 재정건전성이 엉망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지속적으로 얘기해오던 메가뱅크 추진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감사원은 한국정책금융공사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정책금융제도 개편 및 운용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제외할 경우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은 D등급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C등급의 경우 양호한 상태지만 D등급은 경우에 따라 외부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동안 정부지원에만 의존해 자체 생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 강만수 회장이 지속적으로 얘기해온 경쟁력 강화의 배경이 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정부지원을 배제할 경우 주요 자금확보 방안이 돼 온 산은채 발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신고 확보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개인금융부문을 강화해 수신고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성도 시중은행의 3분의 2 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작년 6월말 기준 1.6%로 5개 시중은행 평균(2.4%)보다 낮고,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할 예대율(은행의 총 대출액을 총예금잔고로 나눈 비율)은 2009년 12월 현재 425%로 현격히 높았다. 다른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105~120%였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100%가 넘는 것은 예금잔고보다 대출이 더 많이 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해 예대율을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정책금융 및 기업금융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있지만 민영화 될 경우 이같은 수치를 100% 이하로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

실제로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민영화 이후 100% 이하의 예대율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타 회사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도 경영상에 부실이 지적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9년에 인수한 금호생명(현 KDB생명)의 주식을 비싸게 산 것.

산업은행은 지난 2009년 금호생명에 당초 제시된 부실자산 578억원 외에 1836억원 규모의 추가 부실자산이 존재할 수 있어 주당 순자산가치가 -152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주당 5000원에 주식을 인수했다.

기업 인수의 필수 절차인 회계법인 등의 재무실사도 거치지 않았고 사외이사들에게 보고도 없었다. 그 결과 감사원은 금호생명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작년 3월말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최대 2589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재정건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지분 매각, 합병 등 각 방안별로 구체적인 민영화 추진전략이 세워지지 않아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차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가 2008년에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세부적인 추진사항이 제시되지 않은 것. 올해 강만수 회장이 취임하고 난 후 우리금융 등 타 금융회사 인수를 통한 메가뱅크를 통한 민영화 방안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 마저도 국회의 저항으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어서 향후 일정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해야될 과제가 많은데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까지 풀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요원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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