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의 특허 분쟁은 극적 타결 가능성
삼성전자가 세계 IT 업계에서 역할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이 더 이상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던 삼성전자가 세계 IT업계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아이폰4의 후속작이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로 공개되면서, 갤럭시S2와 갤럭시S2LTE를 출시한 삼성전자의 추격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 기기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애플의 혁신속도는 더뎌지고 있다”며 “세계 IT업계의 이목이 삼성전자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통신사업부문 실적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거듭하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특허 관련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함에 따라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과 맞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에게 ‘구글-모토롤라’ 진영도 향후 IT 시장을 장악할 강력한 경쟁세력으로 꼽힌다. 삼성이 MS와 손을 잡은 것도 구글이 모토롤라의 휴대폰 제조사업을 인수한 것에 대한 대비책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잡스의 사망이 애플과의 특허분쟁이 극에 달하는 시점에 일어난 것에 당황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특히 잡스가 사망한 날이 애플이 아이폰4S를 출시하고 삼성전자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아이폰4S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이었기 때문.
삼성전자는 잡스의 사망소식이 알려진 지난 6일 최지성 부회장 명의의 조의문을 통해 잡스의 사망을 애도했다. 삼성이 공격적인 특허분쟁 대응에 나서자마자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잡스의 사망을 애도하는 애플 매니아들의 역풍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애플과의 특허전쟁에 변함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애플과의 특허소송 문제는 회사 대 회사의 문제”라며 “강경대응기조는 이미 정해진 것이며, 현재 애플의 무차별적 특허공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지난 5일 사장단 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연간 10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특허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입장을 천명했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라는 점과 팀 쿡 애플 CEO가 전형적인 실리주의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크로스 라이선스(특허교류)를 포함해 특허분쟁의 극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6조1852억원어치의 부품을 사들여 소니에 이은 두 번째 큰 고객이었다. 올해 부품조달규모는 8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면서 삼성전자의 최대고객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로부터 이어진 애플(스티브 잡스)과 삼성 3대(이병철-이건희-이재용)의 인연이 잡스의 사망을 기점으로 어떻게 변화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