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내 최대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영화 ‘도가니’와 애플의 스티브잡스 사망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관심의 대상도, 접근 방법도 전혀 다른 두 화두는 ‘정의’란 큰 틀안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도가니의 최대 흥행 요인은 ‘정의’다. 경제논리 속에 빠져 살며 잊고 지냈던, 혹은 사회억압에 조용히 숨죽여 외쳐야만했던 ‘정의’란 윤리적 가치가 영화 ‘도가니’를 매개체로 표출된 것이다.
영화 개봉 이후 피의자들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되고 ‘도가니 방지 법안’까지 마련되면서 ‘정의’는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에 머무르지 않고 형식을 갖춰나가며 한국사회에 하나의 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정의’에 대한 열망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개장전 날아든 스티브잡스의 사망 소식에 투자자들은 단 30분 만에 수혜주를 찾아냈다. 삼성전자에게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코멘트(해설)도 쏟아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장중 4% 이상 급등하며 호조를 이어갔고 수혜주로 지목된 일부 코스닥 종목들은 10%이상 급등하며 파죽지세로 내달렸다. 한 천재의 죽음이 한순간에 한국에게는 기회 요인이 된 셈이다.
주식시장의 매정함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9.11 테러’, ‘일본 대지진’, ‘자스민 혁명’ 등 과거 해외 비보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주판알을 튕기며 한국기업들의 득실(得失) 여부를 따지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주식시장이 철저하게 계산된 경제논리에 의해 돌아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작금의 현실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지금에서야 스티브잡스 사망에 ‘정의’의 잣대를 들이미는 이유는 단순하다. ‘도가니’로 표출된 ‘정의’에 대한 갈망이 주식시장 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되면서 또다른 역설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에 대한 한국사회의 열망은 비단 ‘도가니’에만 국한된 것이었을까? 스티브잡스의 사망에 도의적 애도 보다 경제 논리를 앞세우며 기회요인을 찾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영화에서 보여준 정의를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일까. 미국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월가 금융권의 탐욕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항하기 위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단순히 남의 나라 얘기로만 넘길 수 있는 걸까.
과연 2011년 한국사회의 ‘정의’는 과연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