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지준율)카드를 꺼내질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는 게 세계경제 불확실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금리를 못 올리면 차선책으로 지준율 인상 카드는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물가 오름세를 막고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려면 당장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세계경제 불확실성으로 국내 금융시장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무작정 금리를 올리기 힘든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과도하게 풀린 시장 유동성을 거둬들여 물가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한편 가계부채 총량도 줄이는 수단으로 지준율 상향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혜훈(한나라당) 의원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없다면 물가를 잡기 위해 지준율이라도 올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지급준비금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지불 요구에 대비하기 위해 예금의 일정비율(지준율)을 쌓아두도록 한 제도로 한은이 지준율을 높이게 되면 은행의 대출 여력 감소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통화량 목표제에서 물가안정 목표제로 전환하면서 기준금리를 운용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총재 역시 “지준율을 높이면 통화량(시중 유동성)이 줄어들지만 이 때문에 시중 금리가 한은이 정한 기준금리보다 높아진다면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다시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며 “지준율 조정을 통해서는 (물가를 잡는 것이)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 반발도 현실적인 장벽이다. 당장 예금 외에 은행채에도 지준을 부과하겠다고 하자 은행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마당에, 지준율까지 인상하고 나서면 은행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 딜레마가 지속된다면 한은도 지준율 상향 요구를 묵과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한은 관계자는 “정책적 효과가 오래 걸리더라도 시장에 (한은의) 유동성 억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