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급등에 따른 한은의 책임론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점을 지적하면서 한은이 물가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기준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선진국의 2배에 달했고, 지난달 상승률은 5.3%로 한은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면서 "급격한 물가상승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한은이 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또 "정부는 물가상승의 가장 큰 요인을 기상악화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봤으나 분석 결과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부문의 기여도가 농축수산물의 3배에 달했다"며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바라는 천수답(天水畓)식 물가대책을 반성하고 근본적인 물가대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길부 의원은 "한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증대와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적기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이미 1~8월 평균 물가상승률이 4.5%에 달해 올해 한은의 연간 4% 물가안정 목표치는 매우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특히 "서민 중산층이 경기회복 효과보다 전·월세 상승, 물가불안으로 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이상의 정책 실기는 곤란하다"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물가안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 박우순 의원은 "과도한 물가상승에 대한 책임을 한은과 총재에게만 물을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과도한 물가상승을 불러온 책임을 도외시한 채 물가 목표치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김성곤 의원은 물가안정에 대한 김중수 총재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달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총재는 올해 물가목표치 4%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고,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기간에는 물가만 생각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단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언론에서는 이를 정책실기, 물가목표 포기 등으로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은이 물가안정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는 했으나 한은이 물가안정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 역시 "물가 문제에 대한 한은의 금리정책 실패를 인정하느냐"면서 "김 총재가 IMF 연차총회 중 `경제에 무리를 주면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물가안정 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다"고 거들었다.
미래희망연대 김혜성 의원은 "환율은 기획재정부가 통제하고 시장금리는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세간에서 한은이 물가안정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을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