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곳에 돈 안쓰는 정부
농협중앙회의 경제부문과 금융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파고를 맞았다.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 정부의 지원금 규모가 농협의 당초 요구안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22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농협 구조개편 지원금을 4조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농협중앙회가 지난 7월29일 요청한 6조원보다 2조원이나 줄어든 규모다.
정부와 농협이 이 같이 지원금 규모를 놓고 갈등을 빚는 데는 농협 신용부문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때문이다. 농협은 이를 11%를 기준으로 보고 부족자본금을 산출했지만 정부는 8%면 적당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9월 기준 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의 자기자본비율 평균 14%를 웃돈다. 자기자본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1조원의 자금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 입장에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이를 낮춘 것이다.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21일 농림위에서 “정부가 6조원을 출자하겠다고 했다고 4조를 지원하면 농협법 개정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같이 지원금 규모를 대폭 줄인데는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경우 농협의 신경분리 개정안 취지에 크게 어긋나게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사업구조 개편의 주된 목적으로 꼽히는 경제사업 지원을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농협은 경제사업 부문에 6조130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재정부는 1조2000억원 가까이 적은 4조95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농협의 신용과 경제부문의 분리 방안은 금융사업의 비대화로 정작 농민에 대한 지원이 소흘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부문 지원금을 대폭 삭감해 본 취지에 어긋나게 된 것이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은 “신용 부문은 당초 농협이 요구했던 15조3400억원이 모두 반영되고 경제부문을 삭감한 것은 농협법 개정안의 주객을 전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에 마련한 정부안은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10월 초 국회에서 검토된다. 농협은 내년 3월 금융 부문과 경제 부문을 분리하는 구조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