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통계 기준 차이 따른 오해…韓 생산 GM 차 판매량 빼면 0.5%·합치면 9.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양국 국회 비준을 앞두고, 한국 시장 내 미국차 점유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을 촉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엄청난 수의 현대·기아차가 미국 도로를 달리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포드, 크라이슬러, 쉐보레 운전자를 보고 싶다”고 푸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에서는 한국차가 잘 팔리는데, 정작 미국차는 한국 시장에서 홀대 받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국의 주요 관계자들과 언론은 올 상반기 한국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9%인데 반해,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0.5%에 그치고 있다는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좀 다르다.
점유율 통계 논란은 국가 간 통계 기준의 차이 때문에 빚어졌다. 한국은 단순히 어느 나라에서 차를 만들었느냐는 ‘속지주의’ 원칙을 따른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어느 나라 브랜드냐에 따른 ‘속(법)인주의’를 기준으로 한다.
미국이 인용하고 있는 점유율 0.5%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발표한 수치다. KAIDA는 국내 16개 회원사가 미국에서 직접 생산해 수입된 완성차 판매 대수만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KAIDA 집계 점유율이 낮은 것은 한국GM의 판매량이 빠졌기 때문이다. GM 쉐보레는 미국 브랜드지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쉐보레 차는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생산지에 따라 통계를 결정하는 KAIDA 기준대로라면, GM 차의 판매량은 국산차 통계로 편입된다. 때문에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낮게 보일 수 밖에 없다.
반면 미국 집계 기준에 따라 한국GM의 판매량을 미국산으로 계산하면 올 상반기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9.2%에 달한다.
오바마의 말에 수정된 통계와 현대·기아차의 현지 판매량 통계를 대입하면 미국차도 한국 시장에서 나름 잘 팔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보다 0.2%포인트 낮은 9.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무역 불평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FTA 비준 이전에 자동차 통계 발표 기준에 대한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