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서민들 사채시장으로 내몰아
은행권의 가계 대출 중단으로 2금융권 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공급만 틀어막으면서 결국 이자 부담만 높아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금융권을 이용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은행이 대출을 재개하더라도 은행 대출 이용이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의 대출을 옥죄면서 2금융 대출이 급증한 사례는 지난 2009년에도 있었다. 2009년 8월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상향하자 곧바로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이 조치가 시행된 2009년 8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조7894억원으로 전월의 3조3549억원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됐다. 반면 매달 5000억 내외의 증가세를 보이던 신협·새마을금고·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8월 9553억이나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대출 중단으로 2금융권 풍선효과가 일정 부분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대출을 중단한 시중은행 가운데서도 일부는 타은행의 대출 중단에 따른 풍선효과를 우려해 함께 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금융 대출이 확대되는 것은 가계의 이자 비용 부담이 더 무거워지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8%, 저축은행·캐피탈사의 주담대 금리는 8~12% 수준으로 최소 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담보가 마땅치 않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차가 더 크다. 은행 마이너스통장은 금리가 최저 6%대에서 10%대이며, 2금융권은 최소 9%에서 40%대 상품까지 있다. 만약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인 카드론의 경우도 평균 금리가 16%, 단기자금 성격인 현금서비스는 23% 수준이다. 가계 부채의 총량은 줄 수 있겠지만 가계 부채의 질이 더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2금융권 이용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은행권 이용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도 풀어야 할 과제다. 2금융권의 대출을 받으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또 은행마다 대출 기준에 차이점은 있지만 2금융권 대출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은행의 추가 대출을 받는 게 상당히 어렵다.
2금융권도 당국이 가계 대출 축소를 강하게 주문하는 상황이어서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자금 수요가 카드론 등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하지만 당국이 카드사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에 대출 축소를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이고 실제로 줄이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