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공세에 밀려
‘트리니트론’ 기술로 브라운관 TV 시대를 열었던 소니가 한국 기업들의 공세에 밀려 TV 사업 철수 압박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지난 10년간 LCD TV가 상용화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의 3분의1을 대만과 한국 기업들에 내줬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CLSA에 따르면 소니 히타치 도시바 샤프 등 일본 TV 업계의 LCD TV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 50%에서 10% 미만으로 축소됐다.
특히 평면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반면 소니는 TV 부문에서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FT는 LCD TV가 처음 출시된 1990년대만 해도 시장을 독점했던 일본 업계가 TV 사업의 존속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소니의 주가는 TV 사업이 한창 잘 나갈 당시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올해 순익 전망치를 당초보다 25%나 낮춰잡았다.
TV 사업 포기를 고민하는 것은 소니만이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지난 3일 히타치는 TV 생산을 시작한 지 55년 만인 올해 안에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아시아 업체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샤프도 해외 공장으로 이전 또는 다른 업체에 위탁 생산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TV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LCD 패널의 공급 과잉으로 가격 경쟁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선진국 시장에서 고가·대형 평면 TV 판매가 부진한 대신 마진이 적은 소형 TV의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분석했다. 이는 일본 업계가 가격 경쟁에 밀리고 품질 차별화에도 실패했다는 의미다.
히라이 가즈오 소니 수석 부사장은 “TV 시장이 완전경쟁 상태로 전환, 제품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FT는 일본 TV업계는 고용과 제조 노하우 유지 문제로 쉽게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히라이 부사장은 “제조업은 현재와 같은 자동화 시대에도 하나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며 “소니는 TV 생산을 일부나마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