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메르켈 회담, 별다른 성과 없어...유로채권 발행 합의 불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정위기 사태가 좀처럼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유로존 재정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유로존 단일 채권을 의미하는 ‘유로본드’ 발행 합의에 실패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본드는 지금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유로존 위기는 한방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유로존 정상들이 꾸준히 노력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로존 17개국이 공동으로 발행하고 보증하는 유로본드는 위기국들의 부채를 차환하고 차입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유로본드 없이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며 유로본드 발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로본드 같은 방안이 즉각 채택되지 않는다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 여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자국의 차입비용이 이전보다 커지기 때문에 유로본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재정이 어려운 유로존 국가들은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독일의 경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해 비용이 늘게 된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 창설을 제안하고 금융거래세 신설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으는 등 원론적인 합의만 도출했다.
이들은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는 1년에 두차례 정례회의가 열리고 2년6개월마다 의장이 선임돼 유로존 금융 문제를 다루게 된다”며 의장으로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제안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로존 공동경제위원회 창설을 위해 유로존 17개국은 내년 중반까지 균형예산을 헌법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거래세는 다음달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득실이 서로 다른 상황이어서 수용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유로존의 2분기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승승장구하던 독일 경제마저 성장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난데다 유로본드 발행이 무산되면서 유로존의 경기침체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과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은 각각 0.2%, 0.1%에 그치며 모두 예상을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