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240억 자발적 사재출연… 대기업 사회공헌 확대 계기로
범(汎) 현대가(家)의 ‘아산나눔재단’이 사회공헌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기존 대기업 복지재단과 달리 오너 일가가 자발적으로 사재를 출연했다는 점에서 재계 기부문화에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17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아산나눔재단의 설립기금 5000억원 가운데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현금 300억원과 주식 1700억원 등 총 2000억원을 출연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와 함께 정몽근 현대백회점 명예회장, 정상영 KCC명예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범 현대가 오너들도 240억원의 사재를 마련했다. 정 의원을 포함한 범 현대가 오너들이 재단의 총 설립기금 가운데 절반 가량을 출연한 셈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복지재단을 다수 운영해 왔지만, 회삿 돈으로 출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자칫 주주가치 실현이라는 기업의 기본적인 의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점에서 범 현대가 오너들의 사재 출연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또한 다른 사재출연 대기업 복지재단과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기존 대기업 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사재출연은 오너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 ‘어쩔 수 없이’ 진행했던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과거 사재를 출연, 각각 ‘삼성꿈장학재단’,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설립한 바 있지만 이것은 주변 환경에 의한 ‘타의 반, 자의 반’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회장은 당시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가 불거진 상황 속에서 사재를 출연했고, 정 회장 역시 비자금 사건에 대한 사죄차원에서 복지재단 설립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아산나눔재단 설립은 환경이나 사회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오너들이 사재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 기부문화에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를 정 의원의 대권행보과 연관 지어 보는 시선도 일부 있지만 이번 재단설립이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단 준비위원장을 맡은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16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를 기리기 위해 현대가 오너들이 자연스럽게 복지재단설립을 논의했고, 모두가 흔쾌히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산나눔재단은 앞으로 법인 설립 승인과 구체적인 청사진 등을 진행한 뒤 3주 안에 정식으로 출범식을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