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도 자축도 못하는 전경련

입력 2011-08-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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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걸까. 모른 채 하는 걸까.

16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전경련은 요즘 대내외 비판을 받으며 존립 자체까지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안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에 해당하는 나이지만 오히려 자기 앞가림도 못한다는 또 다른 비난을 받는 이유다.

전경련은 오는 10월 초 창립 50주년 행사를 열 예정이다. 최근의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행사 시점을 두달 가까이 늦췄다. 주위 눈치 보며 ‘자축’도 못하지만 ‘자성’도 하지 않는, 답답한 전경련이다.

실제로 전경련 비난여론의 중심에 있는 정병철 상근부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비판이 본인 개인을 겨냥한 의도적 비난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전경련이 재계를 대변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주체 포럼 기간에는 부인까지 동반한 골프 일정을 추진하면서 적절치 못했다는 구설수에 올랐고, 올 초에는 전경련의 위상이 낮아졌다고 지적하는 기자들을 출입정지 시키겠다는 돌출 발언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인 로비 문서 사태는 그야말로 한심한 사건이다. 전경련은 실무진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의했다가 자체 폐기된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별 전담 로비 정치인 선정과 해당 정치인의 후원금 모금, 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 후원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며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대기업 회원사의 이익을 위해 힘써야 할 전경련이 이같은 돌발 행동을 하면서 기업들을 오히려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의 정치인 로비 리스트 관련 “(전경련이)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하고 있으니...”라며 혀를 찼다.

이같은 전경련의 위기는 정병철 상근 부회장의 독단적인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은 전경련 산하 한경연 대표와 광고주 협회장을 맡는 등 끝없는 자리욕심을 드러내면서, 독선적인 조직운영을 일삼고 있다.

대기업과 정부의 갈등을 조장하고, 언론과의 소통도 방해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이같은 독단이 산적한 재계 현안에 대처해야 하는 허창수 회장의 행보에도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회장이 상근부회장 교체를 비롯한 과감한 인전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시장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를 본떠 만들었다.

이후 전경련의 역사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역사이자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역사로 불리며 위상을 높여왔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현재, 전경련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제 전경련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대기업들에게 눈엣가시가 됐는지 치열한 자기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50주년을 맞은 전경련이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다시 태어나려는 노력 없이는 예전의 위상을 찾는 것은 물론 폐지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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