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새 국내 100대 기업 중 73곳 물갈이

입력 2011-07-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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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안주·과욕이 ‘몰락’불렀다

대한전선(3위), 쌍용양회공업(4위), 한일시멘트(15위).

지난 1980년 100대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던 기업이다. 하지만 2010년에는 이들을 대신해 LG디스플레이(12위), NHN(20위), OCI(34위) 등이 새롭게 진입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 중 41%는 최근 10년 사이 그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른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 준 것으로 조사됐다. 30년 동안에는 73%의 기업이 물갈이 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지난 28일 발표한 ‘100대 기업의 변천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41개가 지난 10년 사이(2000~2010년)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사이에는(1990~2010년) 58개, 30년 사이에는(1980~2010년) 73개가 100대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100대 기업의 주인이 바뀌면서 주력업종도 크게 달라졌다. 1980년 건설(13개), 섬유(11개), 식품(8개), 금융(7개), 제약(6개) 분야가 선전한 반면, 30년이 지난 2010년에는 금융(15개), 전자·통신(12개), 건설(7개), 조선(5개), 자동차(5개) 분야로 재편됐다. 건설, 섬유, 식품, 제약이 퇴조한 가운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간 전자·통신, 조선, 자동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1위의 자리는 1980년대만 해도 삼성전자, 대림산업, 현대차, SK 등이 서로 각축을 벌였지만, 1990년대에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이 주로 수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2010년 기준 100대 기업의 평균 나이는 34년으로 101~300위 기업(36년)보다 2년 젊었고, 코스피기업은 36년, 코스닥기업은 20년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100대 기업 자리다툼이 국내보다 더 심했다. 대한상의가 포춘지 발표 미국 1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사이(2000~2010년) 47개, 20년 사이(1990~2010년) 74개, 30년 사이(1980~2010년) 81개 기업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에서 탈락한 기업들은 모두 수출비중, 산업성장율, 시장점유율 모두 가장 낮았다. 반면 현재 100대 기업들은 수출비중이 높아 내수시장의 경기변동에 대해 부침이 덜하다. 또 국내 시장점유율도 높아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100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의 성장률이 높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분야로 전환 혹은 확장해야 함을 시사한다.

100대 기업의 몰락 요인에 대해 보고서는 ‘성공에 대한 자만·현실안주·무리한 사업다각화’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까지 보장해주지 않지만 많은 경영자들은 성공에 대한 자만으로 기업의 위기를 쉽게 무시한다.

세계적인 금융회사 리먼브라더스의 경우, 위험관리를 담당하던 임원진이 포트폴리오 구성의 문제점을 경영진에게 수차례 지적했지만 경영진은 독단적으로 기존의 포토폴리오를 강행했다. 결국 리먼브라더스는 미국금융위기와 함께 파산했다.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도 문제다.

기업은 급변하는 사업환경 속에서 항상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실의 성공에 만족한 채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몰락하게 된다.

코닥은 1990년대 중반 전자영상사업의 등장으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지만 이미 화학영상사업에서 수익성이 보장되고 있는 만큼 굳이 전자영상사업에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수익악화로 직원을 감원하고 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른다.

무리한 사업다각화도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로그룹은 1970년대부터 국내소주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과도한 욕심으로 명확한 목표 없이 유통, 금융, 레저 분야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시켰고, 결국 부도를 맞은 진로그룹은 몰락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 이경상 팀장은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사업다각화 전략을 추구하지만 무리한 사업다각화는 오히려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00대 기업의 절반가량이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후발주자에 의해 자리를 내주고 있는 만큼 시장경쟁은 치열하다”면서 “탈락하는 기업들의 경우 현실안주는 물론 무리한 사업다각화, 과거 성공경험의 함정에 빠진 사례를 보인 만큼 기업들은 이를 경계하고 시대흐름을 잘 읽어 부단히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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