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투자 인기 시들...IPO 보류 기업 잇따라
인도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인도 투자 열기가 수그러들면서 올 상반기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전년보다 80% 이상 감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인도 시장에서 실시된 IPO는 22건으로, 자금 조달액은 7억80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건의 IPO로 40억달러 이상을 조달한 데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상반기 전 세계 IPO 조달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한 1140억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보잘 것없는 수준이다.
FT는 투자자 수요가 급감해 IPO를 보류하는 인도 기업이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로부터 IPO 허가를 얻고도 기한 내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은 6개월간 15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래 신규 상장은 당국의 승인을 받은 후 1년 안에 실시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들이 IPO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기한 내에 IPO를 실시하지 않은 기업에는 철강ㆍ자원 대기업인 진달 스탤 앤 파워의 자회사 진달파워와 영국 광산업체 베단타 리소스의 자회사인 스타라이트에너지, 인도 재벌 아닐 암바니가 이끄는 휴대전화 업체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의 통신 인프라 자회사 릴라이언스 인프라텔 등이 포함돼 있었다.
뉴델리 소재 SMC 글로벌 시큐리티의 자간나담 투누군트라 수석 투자전략가는 상장을 연기한 기업들 중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부동산 전력 등의 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7~2009년 IPO를 실시한 부동산 관련 기업 대부분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60~80% 떨어졌고, 전력 부문의 주가도 공모가보다 30~50%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뭄바이 소재 암비트 캐피털의 캐피탈의 사우라브 무카시 주식 부문 책임자는 “인도 기업 대부분은 높은 공모가를 바라고 있지만 최근 6개월간 세계 시황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아 기업들이 IPO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영기업의 IPO로 거액의 자금 조달을 노린 인도 정부는 갑작스런 시장의 변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정부가 올해와 내년 IPO를 통해 4000억루피(약 90억달러)를 조달하려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투누군트라 투자전략가는 “해외 투자가의 의욕이 시들해져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거의 모든 업계가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