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이름 사용에 따라 '위기와 기회'
금융회사들이 ‘이름(상호)’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의 금융계열사임에도 이름을 사용하지 못했다가 사용할 수 있게 돼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수십년 동안 사용해오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곳도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누리저축은행은 이날부터 사명을 한화저축은행으로 바꿨다. 새누리저축은행은 제일화재 자회사였으나 한화가 2009년 초 제일화재를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하면서 한화그룹에 편입됐지만 그동안 ‘한화’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초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한화그룹이 인수 후 258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했지만 시장에선 소위 ‘위험군’에 속하게 됐던 것. 결국 한화그룹이 다시 한번 증자를 실시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2.75%로 높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명에선 한화그룹의 계열사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고객의 우려가 컸다”면서 “이번 사명변경을 통해 한화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알리는 등 여러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올자산운용도 사명을 하나다올자산운용으로 바꿨다. 그동안 하나금융그룹의 관계회사지만 시장에선 알려지지 않았던 것. 이에 시장에 알리고 금융지주 내 브랜드 통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반면 수십년간 사용해 온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금융회사들도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 범현대 계열사와 ‘현대’ 사용여부를 놓고 소송 중이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현대’라는 상호를 1999년부터 10여년간 써왔지만 자칫 사용하지 못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는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범현대가에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상호를 내버려 두면 현대 계열사로 오인돼 그룹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앞서 중견 저축은행인 신라저축은행은 최근 몇년 사이 텔슨이었던 이름이 신한→신한국→신라로 네 번 바뀌었다. 신한으로 바꾸었다 신한금융지주쪽에서 문제를 제기해 신한국으로 한글자를 덧붙이는 편법을 동원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지방은행인 부산은행도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저축은행과 비슷한 이름으로 인해 곤욕을 치뤘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이름(상호)이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가 느끼는 신뢰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