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 혼란 우려 정유사-주유소 감시 강화
기름값 리터당 100원 인하 조치의 종료일(7월 6일)을 열흘 가량 앞두고 정부와 정유사, 그리고 주유소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초 높은 기름값의 원인을 두고 치열한 ‘폭탄 돌리기’를 했던 정부-정유사-주유소가 이번에는 기름값 원상복귀를 앞두고 석유제품 물량 부족, 가격 인하 기간 연장 등 민감한 사안에서 서로 부딪히고 있다.
먼저 정유사와 주유소 간에는 최근 일어난 물량부족 현상에 대해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유사들은 일선 주유소들이 가격 할인이 종료되기 이전에 싼값의 제품을 미리 사재기하려는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 주유소 측은 손해를 덜 보기 위해 공급물량을 일부러 줄이는 정유사들을 탓한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일부 설비가 2주 가량 가동을 멈추면서 기름 부족현상이 심해진 것도 갈등을 부추겼다.
한국주유소협회 등에 따르면 카드결제 할인 방식을 택하고 있는 SK에너지를 제외한 정유 3사들이 지난 4월 가격 할인 이후에는 1~3월 평균 공급 물량까지만 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업자 입장에서 가격이 쌀 때 조금이라도 더 사 놓으려는 것은 정상적인 영업활동 아니냐”며 ”정유사는 주유소가 원하는 만큼 물량을 주지도 않으면서 최근 석유제품 부족을 주유소의 사재기로만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가 필요한 물량 이상 과도하게 확보해 놓는 것은 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할인 직전 3개월 평균물량만 주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달 들어 15일까지 작년 동기 대비 석유제품 수요는 GS칼텍스가 휘발유 28%, 경유 40% 늘었고 현대오일뱅크는 경유 20%, 휘발유 10% 등으로 증가했다.
특히 GS칼텍스는 여수 공장 고장으로 서울시내 주유소에는 며칠 분의 최소 물량만 공급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GS칼텍스 직영점에는 경유가 거의 바닥났고 자영 주유소도 공급이 매우 빠듯하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정부 비축유가 이번 주부터 수도권에 공급되면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가격 원상회복 이후 기름값이 크게 오를까 염려하는 정부와 정유사-주유소 간의 미묘한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기름값 원상복귀를 앞두고 정유사와 주유소 유통시장에 대한 감시 눈초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경부는 27일 '석유제품 유통질서 저해행위 금지 등 석유제품 수급안정조치에 관한 공고'를 발표했다. 정유사에게 충분한 생산 및 판매의부를 부과해 판매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석유판매업자의 사재기, 판매거부행위 등 위법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집행을 한다는 것.
정유사가 공급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석유제품의 생산증대, 내수와 수출물량의 조정, 지역별·주요수급자별 석유 제품의 배정 등 ‘석유수급 안정을 위한 명령’을 한다.
이를 위반하면 석유사업자의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장 폐쇄 또는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그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처분을 할 수 있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기름값 인하 당시 3개월 한시적 할인이라고 못 박았지만, 정부는 최근 할인조치의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물량을 주지않는다는 얘기가 들려와 점검하는 차원에서 불러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해명을 그대로 믿지 못한다. 기름값을 내릴 당시에도 정부의 압박에 울며겨자먹기로 가격 인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을 할인할 당시 3개월 시한이라는 점에 대해 정부와의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면서 “7월 6일 이후 가격을 다시 올린다는 결정에는 현재 변함 없지만, 향후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기름값 100원 할인 조치 종료를 앞두고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원유 수입관세를 한시적으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기름값 급등을 막기 위해 정부는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할 때 부과되는 관세(3%)에 할당관세를 적용, 세율을 낮춘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