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된 금융질서에서 국내 은행 '대형화·차별화' 투트랙 바람직

입력 2011-06-16 11:00수정 2011-06-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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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메가뱅크]⑦·끝-한국형 모델 만들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선 대형화·겸업화 등으로 표현되던 일반적인 은행산업 발전모델이 퇴색했다. 이는 글로벌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겨지던 대형 투자은행의 몰락과 함께 과거의 성공 방식이던 인수·합병(M&A)와 레버리지 확대의 한계도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편되는 금융질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세계 금융사들은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특정 영역에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자기만의 원칙과 철학을 고수하면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새로운 성공모델이 등장했다”면서 “한국 은행들도 자신만이 경쟁력을 갖는 모델을 만들어 아시아, 신흥국의 후발은행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성장·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은행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기 위한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대동소이한 전략들= 은행은 있는데 금융이 없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대동소이한 경영전략과 사업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환경이 바뀌었는데도 아직도 무작정 ‘국내은행 대형화’를 외치고 있다. 차별화된 경쟁력 없이 몸집만 글로벌 50대 은행·아시아 5대 은행을 만든다고 능사는 아니다. 밑그림부터 잘 그려 변화하는 글로벌 금융산업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형 모델’ 있나= 국내 은행들이 세계 50대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해외시장 공략은 녹록지 않다. 2005년 이후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따라서 지점 개설, 펀드 형태의 현지 은행 투자, 직접 현지 은행 인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우리 금융사들은 특화된 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 우리에게 맞는 사업모델과 시장을 찾지 않으면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미국, 유럽에서 수십 년째 접객소 역할만 하는 지금 같은 행태로는 해외시장 공략을 거론하기도 어렵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부상과 기회를 포착하고 글로벌 경쟁구도의 재편이라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면서 “우리와 역사적·문화적 유사성을 지닌 지역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국내 금융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인력 양성 필요= 변화하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우수한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은행업계의 ‘사람들’은 수십 년째 그대로다.

삼성전자 강남사옥에서는 어딜 가나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종사하는 분야도 마케팅에서 기술까지 다양하다. 조직의 문호를 대외로 열어 글로벌 경쟁에 익숙한 인재를 뽑아야 한다. 위기를 넘긴 뒤 글로벌 금융강자들이 제일 먼저 나선 게 현지의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 주요 보직에 배치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산탄데르가 경영이 좋아서 수백 명의 고급인력을 사냥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산업이라는 우리 금융은 인재를 키우는 능력도 취약하다. 높은 교육열과 고임금 덕에 은행 등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사라들의 스펙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10년만 지나면 평범한 한 명의 조직원이 돼 버린다.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선진화를 기약할 수 있다.

◇특화·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따라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한국형 메가뱅크 모델이 필요하다. ‘기업금융-소매금융-투자금융’을 한데 묶은 상업투자은행(CIB)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몸집만 키워선 안된다. 자신만의 강점을 바탕에 둬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산업은행의 장점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기업금융 부문,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금융부문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 시장에서 리딩뱅크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가뱅크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질서의 재편기에 걸맞게 금융산업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토대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해외 전문인력을 과감히 영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향후 수익구조 다변화, 해외진출 등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특화된 경쟁력과 시장지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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