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해킹' 금융CEO 제재는 신중히

입력 2011-06-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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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금융부장

최근 발생한 현대캐피탈과 농협중앙회 해킹사건과 관련한 금융당국 제재 수위 결정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과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가 어떻게 결정될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제재 수위에 따라 정 사장과 최 회장의 향후 거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문책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금융사 임원을 담당할 수 없어 이들 최고경영자의 생명이 끝나는 것과 다름없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 사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지면 금융사들이 해킹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감추기에 급급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해킹 사건과 관련해 자진신고 후 수습과정에서 정 사장이 발 빠른 대응을 해 농협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현재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위기 돌파용이나 새로운 조직재편을 내세워 본보기 식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금융권에서 나돌고 있다.

금융당국이 정 사장 징계와 관련해 고민에 빠져 있지만 ‘군기잡기식’ 징계는 내려서는 안된다.

저축은행 사태로 실추된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금융권에 대해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징계를 내린다면 금융권의 거센 비난에 휩싸이게 된다.

현재 금융권 해킹사건은 불가항력적 측면이 많다. 전문 해커들이 국내 금융사 중 못 뚫을 금융시스템이 없다고 말하듯이 전문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해킹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이에 대비한 금융권의 보안시스템 투자 강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현대캐피탈이 고객 정보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 암호화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분명 비난 받을 일이다. 하지만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캐피탈이 DB암호화 솔루션을 적용했더라도 해킹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금융권 해킹사건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원칙과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금융당국이 너무 엄격한 제재를 가할 경우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향후 금융권에 해킹사건이 또 다시 발생할 경우 어느 금융사도 자진신고할 금융사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위기다. 최고 경영자가 중징계를 피하기 위해 해킹을 감추고 해커와 비밀리에 협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캐피탈도 해킹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데 피해자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이 해킹 사고 발생후 보여준 대응 방식을 보면 정상참작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과연 금융당국이 현대캐피탈과 농협에 대해 제재 수위를 어떤 차이를 보일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사건초기부터 수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정보유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발빠른 대처를 나타냈다.

특히 정 사장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외국에서 바로 귀국해 대국민 사과를 구했다. 반면 농협은 해킹사건 규모를 감추기에만 급급했고 책임소재를 최 회장이 아닌 이재관 전 전무와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로 국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현대캐피탈과 농협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분명한 차이를 나타냈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현대캐피탈과 농협에 대해 어떤 차이를 두고 제재 수준을 결정할 지 금융권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재 수준에 따라 금융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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