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방법 따라 EV모드 크게 늘어, 공인연비 훌쩍 뛰어넘는 24.5km 기록
국내 최초 가솔린 하이브리드 양산차인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이제껏 하이브리드는 LPG 엔진을 얹거나 일부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험생산차가 정부부처에 납품된 것이 전부였다.
지난 13일 자동차 기자단을 대상으로한 시승회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임진각까지 이어지는 왕복 90km 코스로 짜여졌다.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에 전기모터를 결합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인 자동차다. 불과 몇 해전만해도 '미래의 자동차'로 여겨졌으나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성큼 다가왔다.
하이브리드는 일본 도요타가 1990년대 처음으로 양산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궁극점인 전기차 시대까지의 과도기를 책임질 자동차다. 이제 지켜야할 숙명이 아닌 대세로 여겨진다.
이런 하이브리드 차는 크게 세미와 풀 하이브리드 나뉜다. 세미 타입은 움직일 때 무조건 엔진이 구동된다. 풀 하이브리드는 시속 50km 안팎까지는 전기모터로만 달리고 그 이상의 속도에서 엔진이 개입한다. 물론 그 이하의 속도에서도 더 큰 힘이 필요하면 엔진시동이 걸리기도 한다.
엔진 개입 정도가 적은 풀 하이브리드 방식이 연료를 더 아낄 수 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전자에 속하고 새로 선보인 K5 하이브리드가 풀 하이브리드다.
K5 하이브리드는 2.0 누 엔진(150마력)을 바탕으로 30kW(41마력) 전기모터를 더해 시스템 출력 191마력을 기록한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출발 준비를 알리는 계기판 표시 이외에는 적막이 이어진다.
기어레버를 D레인지에 맞추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매끈한 출발이 이어진다. 전기모터의 구동만으로 이뤄지는 저속구간은 아무런 소음도 개입하지 않는다.
주변 보행자에게 차의 접근을 알리기 위한 인위적인 '엔진음'을 추가했지만 차 안에서 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이브리드라는 컨셉트에 충실해 시승구간 대부분을 연비 운전에 초점을 맞췄다. 시속 60km까지 엔진이 개입하지 않고 전기모터로 달릴 수 있지만 시승차는 배터리 충전이 부족해 30km를 넘어서자 곧바로 엔진이 개입한다. 시속 60km 부근에서 엔진이 개입하는 경우는 충전상태가 좋았을 때의 경우를 의미한다.
편도 5차선의 자유로에서 시속 60~90km 구간을 오가며 정속주행을 이어갔다. 시승차는 운전자를 포함해 3명을 태우고도 시속 90km 정속주행 연비는 이미 공인연비는 21km에 근접하고 있다.
일상적인 운전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시속 80km 안팎을 달리면서 평균연비 22.5km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2.0 중형차가 넘볼 수 없는 연비의 영역이다.
출발후 약 10분이 지나면서 배터리 충전상태가 정상에 다다랐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릴 때에는 큰 힘이 필요치 않아 시속 80km까지 EV모드(전기모터만으로 구동)로 달릴 수 있었다.
일반 가솔린 모델 역시 내리막길에서 탄력주행을 이어가면 연료는 분사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공짜로 달릴 수 있는 셈이다. K5 하이브리드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런 탄력주행을 일반 가솔린 엔진보다 더 이어갈 수 있다.
이같은 주행방법을 이어가면 탄력주행으로 인해 배터리는 빵빵하게 충전된다. 탄력주행이 끝나더라도 전기모터로 달릴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난다. 내리막길을 포함해 구동부하가 적게 드는 구간에서 최대한 탄력주행을 이어가면 그만큼 전기모터가 개입하는 EV모드 영역이 확대되는 셈이다.
40여km의 시승 구간의 종착점에서 평균연비는 1리터당 24.5km를 기록했다. 30여대의 시승차 대부분이 최대한 EV모드를 지켜가며 달린 덕에 공인연비 21km를 훌쩍 넘겼다. 이날 1리터당 25km를 넘긴 시승차도 2대나 됐다.
K5 2.0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순간토크는 거세게 밀어붙이지만 고속 주행감각은 조금 뒤쳐졌다. 전기모터라는 특성상 순간토크가 엔진에 비해 크지만 고속영역에서는 늘어난 무게 탓에 시스템 최고출력 191마력이 체감 성능으로 모두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트렁크에 얹어놓은 배터리 무게가 더해져 고속주행 안정감은 일반 가솔린 모델의 그것을 근소하게 앞선다.
기아차는 올해 중형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총 1만6000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분명 다가올 미래의 자동차다. 다만 K5 하이브리드의 등장으로 우리는 그 미래 속으로 성큼 뛰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