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시행시기를 당초 ‘공포 후 즉시’에서 ‘공포 3개월 후 시행’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에서 “시행시기를 조정하지 않으면 야당에서 법을 통과시키질 못한다고 하기 때문에 시행시기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야당이) 3개월 정도 늦추자고 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와 여야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되 시행시기를 늦추기로 잠정합의하고 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소위 위원장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정 부위원장 3명이 시행시기에 대해 논의키로 했었다.
그러나 최근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술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공정거래법 조속 처리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공정거래법 4월 임시국회 처리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법안 통과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부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오는 28, 29일 소집되는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및 전체회의에서 ‘3개월 시행시기 연기방안’을 민주당이 수용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개월 후 시행으로 법안 내용이 확정되면 SK그룹은 수십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법 개정 시행이 늦어져 현행법이 그대로 적용되면 SK증권을 소유하고 있는 SK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불허하고 있는 법조항을 위반하게 돼 공정위의 제재를 면하기 어렵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시행시기가 늦어져 위법 기업이 나오게 될 경우 공정위의 조치와 관련해 “법의 잣대에 따라 분명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제재 수위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이렇게 되면 일단 정부가 특정기업을 봐주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서둘렀다는 오해는 어느 정도 해소하게 돼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K에 대한 제재 수위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부가 특정기업을 염두에 두고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금융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일반지주회사가 13개”라면서 “대기업만 또는 특정 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