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가격 인하 불구 주유소 업자들 인하폭 '찔끔'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로 촉발된 정부의 유가 인하 압박으로 정유사들은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가격을 인하한 지 2주 가까이 됐지만 일선 주유소에서는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만이고 수천억 손해를 감수하고 기름값을 내린 정유사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19일 한국석유공사 기름값 정보 인터넷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정유 4사가 기름 값을 내리기 전날인 6일 ℓ당 1970.92원이었던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19일 오전 10시 현재 1945.17원으로 불과 25.75원 내린 데 그쳤다.
경유가격의 인하 폭은 더 작다. 가격 인하 전인 6일 1801.62원이었던 자동차용 경유가격은 19일 오전 10시 현재 1790.18원으로 겨우 11.44원 내렸다.
당시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경우 공급가를 내리자 일선 주유소들은 “미리 비싼 값으로 확보해놓은 재고물량이 소진되려면 1~2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격 인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들의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이같은 상황은 SK에너지의 경우 소비자 직접 할인 방식이어서 주유소 인하가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도 있다. 하지만 SK에너지 할인을 반영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정유사 공급가 인하전(4월6일)대비 60원 하락에 그쳤다. 40원이 일선 주유소업자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물론 정유사들의 가격 인하 조치 이후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 기름 값 인하 효과가 일정 부분 상쇄된 원인도 있다. 하지만 일선 주유소들의 상술이 묘한 기름값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정유사들은 예전보다 100원 낮은 가격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으나, 일선 주유소에서 인하폭을 줄여서 판매하고 있는 것.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주요소 업자들이 싼값에 기름을 공급받아 놓고서도 공급가 인하분만큼을 일선 소비자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SK에너지의 경우 소비자 직접할인을 택했기 때문에 일선 주유소에서 이같은 편법을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곳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 업자들이 가격인하 기간(3개월) 동안 인하폭을 줄여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곳이 많다”며 “반면 SK에너지 주유소들은 이런 이익을 취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