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백지화 갈등 잠복, 데탕트는 현재진행형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는 28일부터 내달 6일까지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네덜란드·포르투칼·그리스 등 유럽3개국을 방문한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14일 “지난달 하순쯤 박 전 대표에게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고, 박 전 대표가 일주일 정도 지난 이달 초 최종 수락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외교문제를 국내정치와 결부시키면 상대국에 대한 결례”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미묘한 시기에 일련의 과정이 진행된 점에 미뤄볼 때 정치적 함의가 녹아 있다는 게 일관된 평가다.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발표(3월30일) 직전 특사 제의가 있었고, 이 대통령의 사과 기자회견(4월1일) 이후 박 전 대표가 제의를 수락했기 때문이다. 즉 신공항 논란으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입장차는 확인됐지만 이는 정책적 이견일 뿐, 둘 사이 정치적 데탕트는 현재진행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지난해 8.21 단독회동을 통해 현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친박계 핵심의원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 성공’은 현재권력(이 대통령)을 위한, ‘정권재창출’은 미래권력(박 전 대표)를 위한 의미로 받아들였던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 특사 건으로 양측 간 갈등의 우려는 씻겨 나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4.27 재보선에서 박근혜 간접효과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특사 파견이 발표된 14일은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이다. 또 출국일인 28일은 재보선 다음날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대립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反이명박親박근혜’ 표의 결집을 통해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 여권의 급격한 역학관계 변동 및 레임덕의 가속화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이번 방문엔 한나라당 이학재 이정현 권영세 권경석 의원과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가 수행한다. 앞서 박 전 대표는 2008년 1월 중국, 2009년 8월엔 EU·헝가리·덴마크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