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식 재건축·재개발 사라지나

입력 2011-04-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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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서울의 난개발과 투기 광풍을 조장해 온 주거정비사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

서울시는 14일 주거정비사업 추진에 있어 개별적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보전이나 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광역관리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의 ‘신(新)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마련해 발표했다.

또 뉴타운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사업 추진 구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재개발·재건축 제도도 장기적으로 정비예정구역 제도가 폐지하는 등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한때 정치적 공약 바람을 타고 유행처럼 번진 서울의 재건축·재개발·뉴타운 개발은 현재 중대한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3월 말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은 271개 구역이고, 정비예정구역 수는 281개다. 이는 지난 38년간 추진된 정비사업 완료구역의 약 1.4배에 해당한다. 이중 이미 상당수 구역이 진통을 겪으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가 하면 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구역은 집값이 오르지 않는데다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쌓인 것이다.

너무 많은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다보니 사업추진 속도가 떨어지면서 사업성이 저하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 뉴타운은 현재 총 26개 지구에 274개 개별 구역이 있으며 이 곳에는 약 72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공사에 착공한 구역이 한 곳이라도 있는 뉴타운은 10개 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시는 현재 건축허가 등 제한을 받고 있는 121개 일반 정비예정구역과 뉴타운지구 내 30개소 존치지역 중 장기간 건축이 제한된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의견을 수렴해 건축제한 해제를 추진하고, 해제 구역은 휴먼타운 우선 조성지역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다만, 문제가 없는 재정비사업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비예정구역 지정 이후 장기간 정비구역 지정을 하지 못한 구역들은 당초부터 구역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던 곳이거나, 사업성이 없는 지역들로서 이들 지역에 대한 예정구역 해제를 통해 장기간 재산권 행사 제약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로 했다.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되는 지역 중 휴먼타운으로 조성하지 않는 지역은 향후 정비사업 시행 여건이 성숙될 경우 주거지종합관리계획에 따라 정비구역지정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 발표한 신주거정비 추진방향을 통해 전통과 현대, 저층과 고층이 어우러진 도시경관을 창출하는 한편, 전면 철거로 생활터전을 잃거나 방황하는 시민들이 없도록 서민주거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발표 이전에도 존치구역에 대한 건축허가제한 해제 등을 밝히는 등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그간의 재건축·재개발·뉴타운 정책 실패를 시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간 정비사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출구전략’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사업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냥 주민의 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을 수 없음을 고려할 때 시의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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