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일본, 글로벌 경제 직격탄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열도를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다.
23일 오후 11시 현재 사망·실종자 2만5617명, 피해규모 최대 25조엔(약 347조원), 산업생산 사실상 마비, 국내총생산(GDP) 최대 5% 감소,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연쇄 폭발, 이에 따른 방사성 물질 오염 확산 등.
일본 정부는 이번 대지진 쓰나미를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사태’로 규정했다.
일본을 집어삼킨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는 글로벌 경제에 예상보다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유럽 재정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민주화 사태는 상품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 주요 부품·소재의 세계적 공급원이자 거대 소비시장인 일본마저 최악의 지진을 겪으면서 ‘쓰리 펀치’를 맞은 셈이다.
세계적 명품업체들을 다수 이끌고 있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는 도쿄와 일본 북부지역에서 50개 이상의 매장 문을 닫았다.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56개 매장 문을 닫은 미국의 명품 주얼리업체 티파니는 최근 1분기 순익 목표치를 당초 주당 62센트에서 57센트로 끌어내렸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물론 스웨덴의 볼보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소니 등 전기 업체들도 일본산 핵심 부품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세계 주식시장에서는 시가총액이 급감하고 있다.
세계 주요거래소로 구성된 국제거래소연맹(WFE)은 최근 1개월간 시가총액이 3조달러(약 3365조원) 증발했다고 발표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한데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시총 감소액 중 1조달러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증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3위 미국 국채 보유국인 일본이 지진 피해 복구 자금을 마련하느라 더 이상 미 국채를 사들일 수 없다는 사실도 부담이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부채가 많은 미 정부가 향후 자금을 조달할 때 더 많은 금리를 물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미국 소비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악순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당초 4.5%로 전망했던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지난 18일자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0.5% 포인트 가량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번져 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일본 대지진 쇼크와 맞물려 글로벌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