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경영’으로 승부…바이오업계 맞수
미래 유망산업으로 불리는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바이오시밀러와 성체줄기세포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글로벌기업을 향해 뛰는 충청북도 출신의 두 CEO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창조적 CEO’로 유명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55)과 라정찬 알앤엘바이오 회장(49)은 충북 청주와 청원 출신이다. 1957년생인 서 회장과 1963년생인 라 회장은 생일도 각각 10월23일과 10월18일로 비슷하다.
동향인 두 CEO는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워 바쁜 와중에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의견을 주고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둘은 고향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 10월 고향 인근에 1300억원을 투자해 셀트리온제약 공장을 지었고 라정찬 회장은 충북도의 골칫거리였던 초정약수스파텔을 인수해 고향 지방자치단체의 시름을 덜어줬다.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해 전문위원으로 기업컨설팅을 하다 그를 눈여겨본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에게 스카우트돼 1992년 대우자동차 최연소 임원의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은 대우그룹은 공중분해 됐고 서 회장도 졸지에 백수신세가 됐다.
1999년 같이 대우에서 퇴직한 1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넥솔바이오텍을 설립한 서 회장은 1000조원대의 세계 제약시장, 그중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눈여겨보고 2002년 셀트리온을 창업했다.
셀트리온은 2002년 창업 후 8년 만에 매출 1809억원(2010년 기준)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4조원으로 코스닥 기업의 대장주가 됐다.
서정진 회장은 향후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에서 버는 돈으로 바이러스용 항체 개발에 투자할 계획을 여러 번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생산 비중을 5대5 맞출 계획이다. 호르몬, 효소 쪽은 제형을 바꿔 먹는 약을 만들고 백신도 연구하고 있다. 생물학적 의약품은 항체 백신 호르몬 등 파이프라인을 모두 확보하고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복제약을 50개 정도를 개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또 올 연말까지 다양한 인플루엔자에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항체와 광견병용 항체 동물임상을 끝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 들어어간다.
서정진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년 동안 전 세계에 셀트리온 유통망을 갖추는 게 성을 쌓는 제가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밝혔다. 자회사를 세우거나 중동 등에서는 아랍 현지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한국에서 개발·생산한 약을 전 세계에 파는 것이 현재 서 회장의 목표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9년 한서제약을 인수해 셀트리온제약으로 사명을 바꿔 계열사로 두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최근에 애플투자증권의 지분 9.5%를 인수했고 향후 지분을 더 인수해 대주주가 될 결심을 굳혔다. 서 회장은 애플투자증권을 중견 증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라 회장은 졸업 후 다국적제약사인 바이엘코리아 마케팅팀장을 지내다 1994년 LG화학(현 LG생명과학) 신규사업팀장으로 스카우트 됐다. LG화학 동물의학사업팀장 시절에는 매출 100억원, 순익 4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성적표를 기록해 LG화학 사상 최초로 1억원의 특별보너스를 받기도 했다.
그러다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2001년 서울대 수의대 교수 3명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직원 7명의 바이오벤처회사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했다.
라 회장은 처음에는 젖소유질증가제 등을 개발해 동물의약품 시장에서 주목받았고 친환경 소독제 ‘스누캅’, 지방유래줄기세포치료제인 ‘바스코스템’과 ‘조인트스템’ 등을 개발해 지난 2007년 대한민국 기술대상, 2009년 대한민국 신기술 으뜸상 대상 수상을 한 바 있다.
특히 2005년에 세계 최초로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증식하는 기술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고 복제개 상용화를 위한 복제 공동 연구, 세계 최초 류마티스관절염, 아토피 환자 등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알앤엘바이오는 올해 10주년을 맞아 직원 수 400여명에 매출 4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알앤엘바이오는 줄기세포 치료제 상업화와 관련된 원천특허 18개를 확보하고 있고 관련 논문 20편을 유명 과학저널에 발표했다.
라 회장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꾸준히 해외진출을 시도해 지난달 16일 독일에 알앤엘바이오 유럽법인을 오픈했으며 현재 중국과 일본, 미국에 각각 법인과 줄기세포치료센터를 갖고 있다.
라 회장은 지난 16일에는 미국 텍사스주 릭 페리 주지사의 초청을 받아 오스틴에 있는 주정부 청사에서 면담을 갖고 페리 주지사로부터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 기술에 대한 찬사를 듣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서울대에서 열린 자가지방줄기세포 치료 성과 발표회 겸 10주년 간담회에서 라정찬 회장은 알앤엘바이오를 2021년 매출 5조원의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성대한 목표를 밝혔다.
알앤엘바이오는 알앤엘바이오스타, 알앤엘내츄럴라이프, 알에프씨삼미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라 회장은 경남 양산에 있는 베데스다병원의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라 회장은 향후 알앤엘바이오를 글로벌 메디컬종합그룹으로 키우겠다는 당찬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