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보다 큰 배꼽 ‘공정위 과징금’

입력 2011-02-2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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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구귀)
“다음은 누군가요? 무섭습니다….”공정거래위원회가 두유판매업체 3곳에 담합혐의로 과징금 131억원을 부과한 날 해당업체 관계자들은 고개를 떨궜다. 5년치 순이익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할 과징금 규모에 업계는 “제품가격 인상은 이제 틀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현재 공정위는 치즈업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고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업체들까지 연이어 조사계획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정기적인 조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식품업계는 다르게 보고 있다. 업계는 정상적인 조사계획이 아니라며 물가상승에 대한 정부의 압박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두유 과징금에 대해 공정위 직원이“작품이 잘됐다”며 “과징금 규모가 심하긴 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물가압박을 위해 공정위가 전문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었고 이번 두유 담합에 대한 과징금이 그 팀의 첫 작품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도 과징금을 심하게 부과한 것은 사실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유업체에 대해 엄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합리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를 앞세운 정부의 압박은 관치의 또다른 이면이다. 제품가격 인상을 고려하거나 가격동결을 이유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내놓는 족족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되서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업계는 원자재 폭등으로 경영환경에 문제가 생겼는데 정부가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물가안정도 좋지만 국내 기업이 쓰러지면 그 자리에 해외 기업이 들어와 국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며 시작했던 이명박 정부가 이제 기업들이 등 돌리는 정부로 변했다. 물가안정대책을 기업들에게 떠넘기기만 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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