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유통·제조·금융 부문 200개 기업 소유한 멕시코 거대 지주회사
카르소그룹은 광산업부터 제조·식료·통신·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200개 자회사를 소유한 거대 재벌이다.
1997년 지주회사로 거듭난 카르소그룹은 멕시코의 세계 최대 갑부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회장을 비롯한 창업가(家)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카를로스 슬림 회장의 '카르(Car)'와 1997년 세상을 떠난 그의 부인 소우마야 도밋(Soumaya Domit)의 '소(So)'를 합해 만든 이름이 카르소다.
슬림 회장은 4개 그룹의 총수다.
카르소그룹이라 불리는 유통그룹, 카를로스 회장에게 가장 큰 돈을 벌어준 통신사업인 카르소글로벌텔레콤, 금융그룹인 인부르사(Inbursa), 제조업 및 인프라 사업을 총괄하는 제조업그룹이 그의 휘하에 있다.
특이한 점은 각 사업마다 다른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르소그룹의 무선통신 기업인 아메리카모바일의 이동통신 브랜드는 각 나라마다 다르다.
브라질과 칠레 페루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9개국에서는 '클라로(Claro)'란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콤셀(Comcel), 에콰도르에서는 포르타(Porta),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파라과이에서는 CTI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
독자적인 브랜드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이 그룹 측의 설명이다.
카르소그룹은 2009년 기준 연매출 55억달러와 순익 4억7780만달러를 벌어 들이며 전 세계 7만8904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슬림 회장이 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카르소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됐다.
슬림 회장은 1990년대 초 국영 유선통신회사인 텔멕스를 인수하면서 멕시코 통신시장을 장악했다.
슬림 회장은 2001년 아메리카모바일을 설립하면서 자타공인 멕시코의 통신재벌로 떠올랐다.
2000년 텔멕스에서 분사한 아메리카모바일은 미국의 닷컴버블 붕괴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이다.
미국의 통신회사들이 자금난에 몰리면서 아메리카모바일은 개발능력이 뛰어난 다양한 중소기업들을 사들였다.
아메리카모바일은 해외 진출 8년만에 아메리카 대륙 17개국에 1억명의 가입자를 확보, 남미 최대의 이동통신 회사로 자리잡았다.
아메리카모바일의 자회사인 텔셀이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는 멕시코의 가입자는 1700만명이다.
콜롬비아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남미 최대의 통신시장인 브라질에서는 2위업체와 시장점유율이 1%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는 3위다.
슬림 회장은 2008년 그룹의 모체가 되는 텔멕스를 주요 국가별로 쪼개 ‘텔멕스 인터내셔널’이라는 거대 통신 회사를 또하나 만들었다.
텔멕스 인터내셔널은 비교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남미 국가들의 사업을 모아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지역별로 모아 새 회사를 분사했다.
텔멕스·텔멕스인터내쇼널·아메리카 모바일 등을 주축으로 신규 투자와 융합 서비스를 본격화해 가입자를 4억명까지 키웠다.
민영화된 국영 통신회사 하나를 남미 최대의 통신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투자다.
일례로 아메리카모바일의 경우 최근 3~4년간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매년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슬림 회장은 최근 2011년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19개국을 대상으로 83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에 맞춘 제품 개발도 카르소그룹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불 휴대폰이다.
슬림 회장이 텔멕스를 인수한 직후인 1990년대 초반까지 텔멕스의 이동통신 서비스인 텔셀은 별 존재감이 없었다.
시장은 루사셀이란 회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1995년 멕시코가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상황이 변했다.
루사셀은 신용이 확실한 상류층 고객에 집중한 반면 텔셀은 선불 휴대폰을 개발, 중하류층을 적극 공략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자 멕시코 이동통신 시장의 70%를 텔셀이 점유하게 됐다.
현금은 있는 데 신용이 부족해 휴대폰을 이용하지 못하는 대다수 멕시코인들을 집중 공략한 것이다.
카르소그룹은 정부의 규제 마저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독점 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 확장세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기간통신산업에 대한 규제권을 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멕시코의 거대기업이 다른 국가의 인프라 구축에 핵심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