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동산 호황기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늘렸던 서민금융의 대표 저축은행 역시 금융당국의 뒤늦은 대응에 바람 앞에 촛불 신세다.
저축은행 PF대출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지 이미 수년째다. 지난 2005년 말 9.1%였던 연체율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말 13%, 지난해 3월 말 13.7%를 증가했다.
과거 소액대출에 배가 고팠던 저축은행들이 고위험 고수익을 모색하다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서민을 위한 대출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등진 저축은행은 금융계의 요주의 인물이 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미흡한 대응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 저축은행 PF대출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PF 부실이 심화될 경우 5개 중대형 저축은행이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이를 최악의 상황일 뿐이라며 그 현실 가능성을 부인했다.
부동산 개발업체가 대출을 신청하고 건설회사가 채무지급을 보증하면 금융당국이 사후 유동성 지원과 관리 감독을 해야하는 PF의 기본적인 구조를 망각한 것이다. 말 뿐인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에 저축은행 유동성의 이상기류는 결국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와 뱅크런 사태로 치닿았다.
25일 열린 올해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업무계획 발표에서도 당국은 저축은행의 PF대출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강조했다. 집중검사와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는 문제가 제기될 때 마다 쓰는 애창곡처럼 들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서민금융기관들이 본연의 기능에 좀 더 매진했어야 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반성 없는 미래는 없는 법. 당국 역시 이전의 미흡한 대응을 반성하고 신뢰성과 함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저축은행에 대한 적극적인 백신처방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