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부실 상호신용금고의 망령

입력 2011-01-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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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의 요청(?)을 받아 들여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인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해결해 안정화를 꾀하는데 일조하겠다는 것입니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대다수가 서민이란 점에 비춰 볼 때 충분히 취지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부실 금융기관을 단순히 은행에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이는 이미 30여년 전 정부가 부실화된 상호신용금고를 국민은행에 떠넘겼지만 결국 해결책이 되지 못했던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상호신용금고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72년 8·3 사채 동결조치 때입니다. 사금융 양성 방안으로 상호신용금고법이 제정되면서 상호신용금고가 등장합니다.

이후 2년 동안 서류상 하자가 적고 부실자산이 많이 않은 것으로 파악된 350곳의 상호신용금고가 정부 인가를 받고 업무를 보게됐습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된 정책은 줄줄이 실패를 거급하게 됩니다.

당시 보험업 정책과 감독을 맡고 있던 재무부 보험담당 사무관이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정책 업무를 겸하고 있었습니다. 보험담당이 곁다리로 업무를 맡다 보니 결국은 사단이 나게 됩니다.

정부 인가를 받은 상당수의 상호신용금고가 위장출자, 손실유보금 과다보유 등 부실 요인을 안고 있었습니다. 특히 1974년 30만명의 가입자와 500억원의 예금을 갖고 있던 민생상호신용금고가 위장출자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경제에 대한 충격을 우려한 정부가 당시 정부 소유였던 국민은행과 지방은행들로 하여금 민생금고 계열사 13곳을 인수케 합니다.

정부는 이어 1980년대초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시중은행들에게 부실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인수를 독려했습니다. 하지만 부실 상호신용금고는 대부분 정상화되기 보다는 은행 경영에 큰 부담만 지우다 퇴출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국민은행입니다. 1984년 사들인 우신·한일상호신용금고는 적자에 허덕이다 1996년 한성상호신용금고에 합병됐습니다.

1984년 인수한 국민상호신용금고는 1998년 자신보다 작은 규모의 동아상호신용금고에 매각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동아상호신용금고는 자산순위 기준 업계 2위로 올라서지만 결국 1년여 만에 부실에 빠져 파산했습니다. 이외에도 신충북·신경기·기은신용금고 등은 1993~1994년에 은행에 각각 인수됐지만 1997년 자본잠식으로 강제 정리됐습니다.

오늘날 부실 저축은행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도 비슷합니다. 상호신용금고가 저축은행으로, 정부 소유의 국민은행과 시중은행에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로 바뀌었을 뿐 전체적인 흐름이 ‘오버랩’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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