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강국]'묻지마' 조기유학·영어유치원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 안돼

'고비용' 조기교육의 허상

조기교육이 인재육성에 최선의 방법일까. 스포츠계에서는 성공적인 조기교육의 예가 많은 편이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공격수로 뛰며 데뷔골을 떠뜨려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홍민 선수는 국내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뒤 독일로 날아간 조기유학파다. 손 선수는 최근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 스코틀랜드 셀틱FC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성용도 중학생일 때 호주에서 5년 동안 축구유학 생활을 보냈고 그후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조기유학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한 유학 상담 전문가는 “조기유학을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는 자녀들이 한국 특유의 치열한 입시 위주의 교육상황에서 획일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조기유학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교육을 피해 간 조기유학이지만 해외에 나간다고 사교육에서 해방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돈이 더 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학 가서도 학원을 다니는 등 사교육을 피할 수 없다. 기본적인 언어교육에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현지에 가서도 국내 교과과정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교과과정에 대한 학원을 따로 다녀야 한다. 고교생일 경우 입시학원에 개인 과외까지 별도로 받게 되는데 그 돈이 많게는 매달 수백만원씩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미국에는 한국인 전용 입시학원이 성황이다. 이미 중학생부터 대입반이 편성돼 있고 학원비는 한 달에 평균 50만~70만원이 든다. 그 뿐 아니라 미국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미술이나 음악 등 예능 실력도 키워야 한다. 예능 학원은 대개 1주일에 한 번 정도 강의하는데 이 비용도 30만원 정도 들어간다. 결국 상당수의 한국인 부모들은 사교육비로 한 달에 평균 100만원 이상 쓰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혼자 유학을 간 경우에는 각종 범죄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지난 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인유학생이 술집 업주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이 학생은 19살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또 러시아에서 집단구타로 한국인 유학생이 사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치원생까지 조기영어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한때 영어를 잘 하게 한다고 아이의 혀까지 잘라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원어민 강사까지 동원한 영어유치원이 성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의 영어유치원들은 비싼 곳은 연간 2000만원이 넘고 기본이 1000만원이 든다. 한 대기업 홍보팀 과장은 “요즘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를 배우는데 우리 아이가 뒤떨어질까봐 얼마 전부터 월 100만원을 주고 영어유치원에 보낸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싼 조기교육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서민들의 박탈감이 심해지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사교육이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한 요인인 셈이다.

핀란드의 예에서 보듯이 교육강국,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조기선별과 분리교육이 아닌 너와 내가 평등하다는 인식 속에서 국민의 화합이 매우 중요하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을 개개인에게 맡길 경우 빈부에 따른 격차가 심해지고, 사회문제화되면 사회통합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인재강국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초중등교육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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