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저축銀 인수 추진…KB·하나금융, 우회적 관심 표현
금융지주사들이 그룹의 포트폴리오와 금융시장 안정 위해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비은행 수익을 높이는 한편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1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부동산 PF로 촉발된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해 전 금융기관이 힘써야 한다"며 "우리금융도 전략과 시장안정 측면에서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 1~2개 이상을 연내 인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저축은행의) 안정화가 되지 않으면 1금융권에도 파급이 올 수 있다"며 "금융권 전체가 나서서 저축은행을 안정화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인수 추진 이유를 밝혔다.
우리금융은 상반기 중으로 1~2개의 저축은행을 인수해 경영정상화 작업 등으로 하나의 대규모 저축은행을 만들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 검토는 오래전부터 해왔다"면서 "아직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세부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역시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시사하며 관심을 보였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저축은행 문제는 업계의 문제가 아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전 금융기관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최대한 안정화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저축은행 M&A 가능성에 대해 "저축은행 PF 부실 처리에 금융지주사들도 동참해야 한다"며 "우선 두고 보자"는 말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KB금융그룹도 저축은행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은 "캐피탈사를 통한 서민금융업의 진출을 검토해 왔다"면서 "저축은행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KB금융그룹은 국내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그룹으로서는 유일하게 캐피탈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금융시장 안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그룹 내부의 시너지는 물론 수익성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예금보험기금의 공동계정과 맞물려 금융당국에 타협점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계정을 강하게 추진, 금융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그룹의 저축은행 인수 발언은 시기적으로 미묘할 수 밖에 없다"면서 "결국 공동계정 참여와 금융시장 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타협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관련 대책의 골자가 이미 마련됐음을 시사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축은행은 항상 정부가 세심하게 시장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걱정을 안해도 잘 될 것"이라며 "(저축은행 부동산 PF와 관련) 나름대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고 기본 방향은 이미 결심이 서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