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선정 완료...미디어 산업에 지각 변동 예상

입력 2010-12-3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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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1일 종합편성(종편)ㆍ보도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채널들의 출현으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 중심의 고착화된 미디어 산업 지형에 새 바람이 불 전망이다.

최시중 위원장이 "종편이 시작되는 2011년부터 지상파의 디지털전환이 이뤄지는 2013년까지는 미디어 빅뱅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한 것처럼 종편을 미디어 산업 지형을 뒤바꿀 수 있는 기폭제로 삼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방통위가 종편을 통해서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선정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한류를 통해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 우리 문화의 우수성 알리고 한국 브랜드의 가치가 우수한 콘텐츠 기반한 글로벌 경쟁력 키워나가는 데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이 국내 방송 콘텐츠의 양적 질적 향상과 유통 구조의 다변화라는 것이 방통위의 인식이었다.

◇종편 성공 넘어야할 산 많아 = 하지만 종편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기준점을 넘은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4개 사업자나 선정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종편의 성공 및 시장 조기 안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광고시장이 정부의 기대수준으로 커질 수 있을 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지난해 전체 GDP의 0.68%인 광고시장을 2014년 GDP의 1%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금액으로는 같은 기간 7조5천억원에서 13조8천억원으로 광고시장을 불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광고주들인 대기업들은 광고를 단기간에 늘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난색이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광 규제 완화 없이 광고 효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체 광고 수요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종편으로 이동하게 되겠지만 전체 파이의 확대 보다는 아랫돌 빼다가 윗돌을 막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미디어렙 법안도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것도 변수다.

민영 미디어렙 문제는 이르면 내년 2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KBS 수신료 인상 등 쟁점 사안과 연동돼 있어 언제 관련법이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 종편들이 각개 전투로 광고영업 전선에 나서게 되면 수주를 놓고 혼탁한 과열 경쟁도 우려된다는 것이 광고주들의 견해다.

광고유치와 함께 종편이 넘어야 할 장벽은 외주제작비의 폭등이다.

시사ㆍ보도를 제외한 예능ㆍ드라마 등은 지상파의 경우도 대부분 외주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시장의 루키들이 시장의 인지도를 단기간 끌어올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 지불이 불가피하다는 것.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이미 간판 스타급 연예인은 자신의 몸값을 3배 이상 부르고 있다"며 "종편은 비싼 외주제작 비용때문에 자사의 채널에 방송하는 것 말고 2차, 3차 판권은 외주제작사에 내주게 돼 초기에는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채널 선정으로 더욱 불투명해진 시장 환경에서 종편 선정사들은 시장 조기 안착을 위해서 낮은 번호대의 채널을 배정해주는 등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엄청난 수수료를 포기하고 종편에 낮은 번호를 배정하려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없는 상황이다.

방통위 김준상 방송정책 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채널정책은 여러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자와 갈등 요소가 있다"며 "방통위는 정책이 중요성을 감안해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내에서 지원정책에 대해서 논의를 해나가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번호 배정은 방통위가 나서더라도 역학관계상 어려운 일이며, 더욱이 방통위는 시장에서 플레이어들의 힘의 균형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지도록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종편과 지상파, 케이블TV 등 매체들이 본격적인 시청률 경쟁을 벌이다보면 가뜩이나 유료방송 채널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선정적 자극적인 프로그램의 범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수지를 맞추기 위해서 비싼 자체제작보다는 값싼 외국 드라마를 들여다가 트는 경우가 늘어나면 정부의 정책 목표 중 하나인 국산 콘텐츠 경쟁력 제고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 당국이 앞으로 해야할 일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디어 M&A 활성화 = 이러한 당면한 과제를 볼 때 당장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미디어가 태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엇보다도 지상파 방송사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콘텐츠 수급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홍명호 정책국장이 최근 발표한 `유료방송산업의 전망과 과제' 자료에 따르면 유료방송 채널(PP)의 상위 30% 프로그램 비율 중 자체제작은 10% 가량으로 미드(미국드라마).영화(20%)에 비해 절반 수준인 반면 지상파 콘텐츠의 재방송 의존도는 54%에 이른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화될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스마트 미디어 등장으로 콘텐츠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종편이 미디어 산업의 혈관인 콘텐츠 공급측면에서 중요한 한 축을 맡을 것이라는 견해다.

종편과 보도채널이 등장하게 되면 콘텐츠 제작 환경이 개선되고 이를 토대로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다양한 매체간 협력과 경쟁이 벌어지면서 사업자간 인수합병(M&A)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종편과 보도채널이 등장하게 되면 매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궁극적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서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러나 종편은 케이블방송만으로는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채널에 콘텐츠를 공급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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