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난립ㆍ가격경쟁에 시장정상화 필요성 요구
택배업법(가칭)의 연내 제정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택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꾸준한 물동량 상승에도 불구하고 업체간 벌어지고 있는 저가경쟁으로 실적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업계에서는 관련법안 신설을 강하게 희망한 터라 실망감이 더욱 큰 상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을이 ‘택배업법’ 제정에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개별용달협회 등 개인사업자들의 반발로 관련법안이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택배업이라는 업태가 없는 상황에서 ‘택배업법’ 신설은 택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택배업계는 △택배차량 증차 △외국인 노동자 고용 △택배품질 서비스 평가 △택배업 정의와 요금인가제 등의 내용이 ‘택배업법’에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가운데 업계가 가장 원하는 부분은 ‘택배차량 증차’허가문제이다. 지난 2004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와 화물연대가 합의했던 화물차 증차 제한으로 택배업체만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례는 소형 택배업체에서 두드러진다. KGB택배 관계자는 “급증하는 물동량에 비해 택배차량이 부족, 개인사업자를 유치할 때마다 영업용 번호판을 부득이하게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업용 번호판)구입비용은 택배사가 부담해 불필요한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통운, (주)한진 등 국내 대형 택배업체들도 증차가 허용돼야 업체간 저가경쟁으로 공멸의 길을 걷고 있는 업황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별용달협회 등 개인사업자들은 택배사의 증차요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택배업계가 물량을 운송할 수 있는 차량은 충분하다”며 “택배사들의 증차요구는 화물운송회사 형태로 운송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운송 담당 직원에게 보험료, 유류비, 사고책임 등을 모두 떠안기기 위한 택배업계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택배업계는 택배사들의 증가로 인한 시장 포화상황과 저가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 등의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기 바라고 있다.
현재 택배화물의 평균단가는 2000원선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택배업법’ 제정의 필요성을 공감함에 따라 연내 제정도 기대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들의 반대와 국회 파행 등으로 연내 제정이 물건너 가면서 적잖이 실망하고 있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포화상태인 시장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인하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저가경쟁이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정부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