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욱이가 무릎을 다치면서 서브 리시브를 해줄 선수가 없었다. 모든 게 흐트러지면서 수비와 공격 모두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신치용 남자 대표팀 감독은 24일 광야오 체육관에서 열린 일본과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준결승에서 일본에 뼈아픈 2-3 역전패를 당하고 나서 ‘배구 도사’ 석진욱(34·삼성화재)의 부상 공백을 결정적인 패인으로 꼽았다.
한국이 1, 2세트를 먼저 잡고도 승부의 흐름이 일본으로 넘어간 건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 있던 4세트 중반.
3세트를 19-25로 내주고도 4세트 들어 박철우(삼성화재)의 공격력이 살아나며 7-4, 10-6, 11-9로 앞서가던 한국은 12-11에서 석진욱이 오른쪽 무릎을 다치는 악재가 터졌다.
석진욱은 잠시 코트에 머물렀지만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신영수(28·대한항공)로 교체됐다.
일본은 신영수를 표적 삼아 스파이크를 집중적으로 때렸고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는 신영수는 잇달아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4세트를 20-25로 내줬고 최종 5세트마저 공방 끝에 12-15로 지면서 한국의 결승 진출 꿈이 좌절됐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석진욱은 신치용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갈색 폭격기’ 신진식과 함께 한국의 금메달을 일궜던 주역이다.
레프트로 키가 187㎝여서 공격수로는 큰 편이 아니지만 그는 리베로 못지않은 빼어난 수비 실력과 강인한 투지로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를 달성했던 ‘신치용식 조직력 배구’의 중심이었다.
신치용 감독이 배구 선수로는 환갑에 해당하는 34세의 석진욱을 굳이 대표로 발탁한 건 그의 수비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수비 실력을 겸비한 ‘거포’ 이경수(LIG손해보험)를 대표팀에 합류시키려고 했지만 이경수가 재활을 계속하면서 석진욱의 수비 부담은 더욱 컸다.
전문 리베로인 여오현(32·삼성화재)이 있지만 같은 레프트 포지션의 문성민(24·현대캐피탈)과 신영수, 김요한(25·LIG손해보험)은 수비에선 낮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다.
결국 석진욱은 여오현과 리시브를 전담하다시피 했고 공격과 블로킹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석진욱은 부상으로 코트에서 내려오기까지 이날 7점을 사냥했다.
그러나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던 그는 결국 부상 악몽을 되풀이해야 했다.
2005년 오른쪽 무릎 수술에 이어 2006년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 등 모두 네 차례나 칼을 댔던 그는 지난해 3월 플레이오프 때도 무릎 통증이 재발했다.
수차례 은퇴를 생각하다가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코트를 떠날 수 없었던 그는 아시안게임 고별 무대가 될 이번 광저우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하지만 석진욱은 이번 대회 8강 순위결정전에서 3-1로 꺾었던 ‘숙적’ 일본과 4강 리턴매치에서 부상에 다시 발목을 잡히면서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고 대표팀에서 은퇴하려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