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감 높여 미국과의 직접 대화 겨냥
북한이 23일 우리나라 서해의 연평도를 포격한 배경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이번 포격은 그 동안 핵을 통한 반복적인 도발 수준을 넘어 총격보다도 타격이 큰 무력행사를 감행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최근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에 이은 포격으로 한국과 국제 사회의 긴장감을 높여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노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미 협상길이 막힌 가운데 경기 침체에다 건강 불안까지 안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는 것.
북한 측은 연평도를 포격한지 불과 4시간 후 “황해에는 유일하게 우리가 설정한 해상 군사 경계선만이 존재한다”며 연평도 포격에 대해 정당한 대항조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북한은 국제 연합군이 한국 전쟁 후에 정한 황해 북방한계선(NLL)을 무효라고 주장, “영해를 침범하면 격침시키겠다”고 경고해왔다.
한국군은 동해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국제 사회에도 이를 사전에 예고하고 있다. 이번 사격 훈련은 NLL의 남쪽에서 전개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북한의 포격은 ‘영해 침범’을 구실로 한 계획적인 군사 행동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또 포격을 단행하려면 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 위원장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연평도 포격의 목적은 무엇인가.
최근 북한은 미 정부 측과 몇 차례에 걸쳐 대화를 희망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김 위원장 역시 중국 방문 시 핵 문제를 둘러싼 6자 회담 복귀에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냈다.
그 한편으로는 미 관계자에게 우라늄 농축 계획을 공개하면서 핵실험 준비 움직임도 노출하는 등 긴장감을 연출해 왔다.
그러나 한국 미국 일본은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핵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촉구했다. 이로 인해 대미 직접 협상 가망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제 사회의 계속되는 제재조치로 북한은 경기 회복의 실마리도 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건강 상태가 한층 악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새어 나오고 있어 단숨에 긴장감을 높일 방안으로 이번 포격 사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군 출신 탈북자는 “지도부는 내부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한국 미국 일본 등의 위기감을 부추겨 내부를 결속시키는 것이 보통 수단”이라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삼남 김정은의 공식적인 등장 전에 디노미네이션(통화 호칭 단위 변경) 등 수많은 경제개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올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역시 ‘인민군의 사기 고양’을 위한 것이었고, 이번에도 ‘한국군의 총격을 격퇴’고 과시해 경기 회복에 실패한 데 대한 비난의 화살을 딴 데로 돌려 지도부의 신뢰 회복에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초점은 한국의 대응. 한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국제연합 헌장 위반인지 여부를 판단해 유엔에 제소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은 관련성을 부정,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의장 성명을 내는데 그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북한의 관여가 명백한 사실. 유엔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NLL의 유효성에도 물음표가 붙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일본과 긴밀히 제휴하면서 유엔 제의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