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傲慢)인가, 오기(傲氣)인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성장률 5% 집착’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국책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내년 경제 성장률을 4% 초·중반대로 낮춰 전망하는 가운데 유독 윤 장관만 5% 성장을 고집하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 출석, “선진국 경기둔화 우려,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종합적으로 봐서 우리나라는 내년에 5% 내외의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견해를 밝혔다.
윤 장관은“상황이 변경되면 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수 있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소비와 투자의 진작으로 내수가 살아나고, 수출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5% 성장 전망의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경제수장으로서 윤 장관 나름의 판단기준이 있겠지만 각종 기관과 연구소의 전망에 대한 분석이나 고민없이 유독 윤 장관만 5% 성장에 집착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G20 정사회의 이후 경제부처 개각설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윤 장관이 재임 기간 동안 5%대라는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성장세 자체는 견고하기 때문에 굳이 전망치를 서둘러 낮춰 성장세 둔화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의도도 엿 보인다.
현오석 KDI 원장은 “내년의 4%대 성장률은 성장률의 저하가 아니라 오히려 잠재성장으로의 복귀라 해석된다”며 “향후 정책방향은 성장 잠재력의 제고를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장관의 5% 욕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분석이란 시각이다.
OECD 역시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의 수요 둔화 등에 따라 3분기 들어 수출 증가가 둔화하고 산업생산과 기업투자의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면서 “상반기 성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재고 확충도 마무리돼 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심지어 재정부 내에서도 내달 중순 발표할 ‘2011년 경제정책방향(경제운용방향)’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가량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윤 장관이 5% 욕심 때문에 내·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막은 모양새다.
지난 해 5월 시중에 풀려 있던 800조원에 대한 ‘과잉 유동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한국은행마저 유동성을 환수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며 따졌던 당시처럼 시장 혼란만 부추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경복 국회 기획재정위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내년도 경제전망은 보수적이 아닌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이 4%정도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경제전망은 다소 높게 설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낙관적 경제전망은 세수의 과다추계와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KDI는 최근 ‘2010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4.2%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또 올해 예상 성장률(6.2%)보다는 2.0%포인트나 낮춘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8%, LG경제연구원 4.0%, 현대경제연구원도 4.3%를 제시했다. 노무라(3.5%), UBS(3.5%), BoA메릴린치(3.6%) 등 해외 투자은행들의 전망은 더 보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종전 4.7%에서 0.4%포인트 낮춘 4.3%로 조정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월 일찌감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을 5.0%에서 4.5%로 내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