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금리 내리고 물가는 뛰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들어 은행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출금리도 한국은해의 기준금리 인상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1일 한은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1년 만기)는 지난달 말~이달 초 연 3%대 중반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 '슈퍼 정기예금'이 3.40%, 우리은행 '키위 정기예금'이 3.45%, 신한은행 '월 복리 정기예금'이 3.55%, 하나은행 '3·6·9 정기예금'이 3.60% 등이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였던 점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0.55~-0.70%로 계산된다. 이들 정기예금 상품은 지난 19일에도 변동이 없거나 0.1~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번 달 물가 상승률이 3% 중반만 기록해도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은행보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저축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집계를 보면 전국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말 4.21%로 물가 상승률에 가까웠다. 일부 저축은행은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금리를 제시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잠시 오르다가 다시 내리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민은행의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는 지난 7월 3.76~5.16%에서 지난 9월 3.91~5.31%로 올랐다가 3.76~5.16%로 하락, 기준금리 인상 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도 이 기간 4.01~5.01%와 4.02~5.52%에서 4.16~5.16%와 4.17~5.67%로 올랐다가 7월과 같은 4.01~5.01%와 4.02~5.52%로 하락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는 하락하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나라 밖에서 자금 유입이 늘고 저금리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서 유동성이 넘친 결과"라며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해진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리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예금 투자자는 단기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에서 만기 6개월 미만의 단기예금 비중은 지난 7월부터 3개월째 16%였다. 이는 2002년 7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