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8.3 긴급조치’, 즉‘경제안정과 성장에 관한 긴급명령’으로 정부가 사채에 허덕이는 기업들을 구체하기 위해 헌법 73조에 의한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것입니다.
이 조치는 한 마디로 기업들이 끌어 쓴 사채(私債)의 상환을 동결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모든 기업들이 쓰고 있는 사채의 규모를 보고할 경우 3년 거치후 5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내각 지시사항으로서 금융기관의 금리인하, 환율 안정, 공공요금 인상 억제, 물가상승 억제, 예산규모 증가 억제 등이 제시됐습니다.
그 결과 사채 신고액중 3203억원이 동결됐고, 금융기관의 단기고리대출금 2000억원이 장기저리 대출금으로 전환됐으며 500억원의 산업합리화 자금이 풀렸습니다.
세제면에서도 감가상각률의 할증률 인상 및 국내자원 이용 기업의 법인세·소득세의 투자공제율 인상 등의 특혜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반 서민 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독점 자본 기업의 위기를 정부가 타개해 준 것이기도 합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이 8.3조치를 단행한 배경에는 1970년대 초 닥친 경제위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외국 차관을 빌려 쓴 기업들이 대규모로 부실기업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1969년 83개 업체중 45%가 부실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결국 기업들은 사채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이에 금융부담이 가중화 돼 부실화 수준이 심각하게 되자 전경련이 박 대통령에게 사채를 동결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 조치의 결과로 기업의 사채이자 부담 일시에 약 3분의 1로 경감됐고, 사채 또는 은행으로 부터의 단기 고리 대출금을 장기저리 대출금으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서민들의 피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전체 사채규모의 90%(신고건수)를 차지하던 일반 소시민들의 소액(300만원 미만) 사채에 대해 적용시켜 피해를 늘려 일반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했음에도 기업인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당시 사채 신고액 중에서 약 3분의 1이 소위 위장사채 즉 자기 기업에 스스로 사채놀이를 해 기업은 적자로 만들고 기업가만 살찌는 식의 사채였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8.3조치가 낳은 정경유착으로 박 정권은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미 증유의 특혜를 이들에게 부여함으로써 대기업과 국가관료제의 연합을 보여 주게 됩니다.
특히 관료는 경제운영의 결정권을 갖게 되고 기업을 조종하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지만 대기업은 이 정책을 통해 정부가 그들을 보호하고 또 그럴수 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게 돼 상호 유착을 심화시켜 경영합리화를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