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가속화하나

입력 2010-11-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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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양적완화로 약달러 추세 불가피...신흥국 반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6000억달러(약 664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푼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더욱 격화될 예정이다.

연준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9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3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6% 상승한 1.4118달러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 추이 (블룸버그)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179달러에 거래되며 지난 1월26일 이후 최고치(달러화 가치 최저)를 나타내기도 했다.

달러화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지난 8월27일 "연준은 경기회복세 지속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유로화에 대해 11% 절하된 상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월7일 정점에 도달한 후 14%나 하락했다.

마이클 울포크 뱅크오브뉴욕멜론 선임 통화 투자전략가는 “양적완화는 본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린다”면서 “양적완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달러화 가치는 점점 더 절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통해 시중에 달러를 대량으로 풀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연준의 조치로 약달러 추세가 기정사실화되자 신흥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일부 신흥국은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2년10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리다오쿠이 인민은행 통화정책 위원은 “인민은행은 적절한 시기에 신중한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선진국이 느슨한 통화정책이 빠른 경제발전을 보이는 개발도상국으로의 대규모 자본유입을 불러온다”고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를 비판했다.

인도와 호주도 지난 2일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지난 2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인 재할인금리와 역재할인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상했고 호주도 같은 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올해 들어 달러에 대해 10.7%, 태국 바트화는 11.6%, 브라질 헤알화는 12% 각각 절상됐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디 실바 대통령은 연준의 발표가 있은 3일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환율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브라질 기업이 환율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리케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26일 "일부 국가, 특히 미국의 확장적인 통화정책은 브라질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의 통화절상과 잠재적 자산 버블을 이끌게 된다"고 연준을 비판한 바 있다.

케빈 갤러거 보스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연준의 양적완화로 신흥국의 환율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며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고 신흥국이 외환보유고를 늘리거나 해외 자본 통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환율을 시장 기능에 더 맡기기로 합의했지만 서울 G20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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