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간 11건, 1400억 달해…일부 “4분기 적자" 전망
삼성전자가 LCD 부품 납품업체와의 공급 계약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이와관련 증권가에서는 LCD 실적 악화와 연관짓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부터 삼성전자에 LCD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공급 계약 연기 공시 사례가 급증했다. 총 5개 업체로 계약규모는 1398억4300만원, 건수는 11건에 달한다.
삼성에 LCD 장비를 납품하는 에버테크노는 총 817억원 규모의 납품계약을 일제히 미뤘다. 지난 5월부터 체결한 계약만 6건이다. 전년도 매출액의 100%가 넘는 150억 규모 LCD 제조장치 공급계약 2건을 각각 한두 달씩 연장한 로체시스템즈의 사례도 있다. 10월에는 삼성과 소니가 합작해 만든 S-LCD에 109억 규모의 LCD부품 납품 기한이 12월31일로 2개월 연장됐다. 5월28일 체결돼 6월30일에서 8월 30일로, 다시 10월 30일에서 12월 31일로 3차례에 걸쳐 기한이 미뤄졌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협력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다수의 납품업체를 상대로 1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공급계약을 일제히 미룬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원은 "3분기 들어 IT업체와 글로벌 수요가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재고가 쌓여 설비투자의 속도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LCD부문의 실적 악화우려는 지난 금요일, 3분기 40조원이라는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3%나 감소한 것으로 증명됐다. 삼성전자의 3분기 LCD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7% 급감한 5200억원, TV부문은 2300억원 적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2분기 깜짝 실적으로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 부진이 재무상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겠지만 부담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LCD부문이 4분기 적자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한승훈 연구원은 “삼성의 3분기 실적 하락세는 시장에서 예측한 대로 실망스러웠다”며 “미국 시장 내 TV판매가 낮아졌고 패널업체들 가동은 줄이는데 공급량은 늘어서 재고가 높다”며 “반도체 부문 영업 악화가 올 해 말까지 이어져 4분기 총 영업실적은 더 추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우증권 황준호 연구원은 “삼성 SMD부문을 제외한 LCD부문은 4분기 적자 예상도 가능하다”며 “LGD는 적자전환이 유력시 되는 등 패널업체의 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 SMD의 AMOLED가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 수익 감소부분을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삼성이 보급형 LED TV를 준비하는 등 15%에 불과하던 LCD TV내 비율을 내년 상반기에 6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현재 7~8%이상 떨어진 패널 가격의 경쟁력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시장 TV판매가 저조하고 패널업체들 역시 가동을 줄이는 상황에서 공급량이 늘면서 재고가 쌓이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LCD산업이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한 단계 도약의 계기로 삼았던 '삼성'의 대응책에 전세계 IT업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