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레스보 다우존스 대표 인터뷰]“고용 없는 성장이 미국 경제 발목 잡아”

입력 2010-10-29 11:34수정 2010-10-2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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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의 세계 경쟁력 높이 평가..각국 정부 환율 개입은 더 큰 화 불러

"미국기업이 고용 없는 성장을 유지한 것이 미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보호 등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펼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큰 어려움을 겪더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존 프레스보(John A. Prestbo) 미국 다우존스인덱스(Dow Jones Indexes) 편집장 겸 대표이사가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회복세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프레스보 대표는 이날 서울 임페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2회 G20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국제 콘퍼런스(G20 DJSI International Conference)에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한국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들 기업들의 성장성을 근거로 국내 증시도 긍정적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번 G20정상회담으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환율전쟁에 대해서는 각국 정부의 환율 개입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켜 세계 경제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방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G20정상회담은 한국경제에 큰 이익

-최근 미국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하다. 주된 원인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 내 소비자들이 경기침체가 오기 전에 쌓아 놓은 빚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사람들은 저축을 거의 안하거나 심지어 빚을 내어 소비를 했다. 경기 침체를 겪은 후 사람들은 경제 습관을 바꿔가며 경기 침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려고 텔레비전, 컴퓨터, 자동차 같은 소비재 구입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내수 소비가 멈춘 것이 미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됐다고 본다.

또 다른 이유는 이번 경기침체는 우리가 겪어본 경기침체 가운데 가장 처절(deepest)하다. 그동안 기업들이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경영 전략을 펼치면서 인력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는 소비 감소효과를 낳았다. 소비가 줄고 경기가 침체되면 또 다시 고용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소비가 살아날 때 까지 계속 순환 반복 되고 있어 미국 경기회복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세계 각국이 환율 논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웃으면서) 만약 내가 그 답을 정확이 안다면, 나도 돈을 더 투자하지 않겠나?

각국이 환율정책으로 자국 기업을 도우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세계 경제를 왜곡시켜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환율은 국가의 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측정돼야 한다. 그리고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통화를 마음대로 조정해 자국 기업을 도우려는 나라들은 더 큰 문제를 만든다.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된다.

나는 이번 G20정상국가와 그 밖의 세계 여러 나라들이 환율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익히는 일종의 훈련을 경험했으면 한다. 지역적이고 정치적인 의도로 자국 통화를 보호하기보다 전반적인 환율 흐름을 유지하는데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번 G20정상회담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에 어떤 도움을 주겠는가.

▲올림픽처럼 세계에서 어떤 이벤트가 생기면 사람들이 집중한다. 행사를 연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 제고에 큰 이득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기업의 경영 전략에 따라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이번 G20정상회담이 세계의 이목을 한국으로 집중시킬 것으로 본다. 많은 주식 투자자나 직접 투자자들이 한국을 눈여겨보고 세계적인 경제 모임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인식할 것이다. 올림픽처럼 전 세계적인 이벤트가 열리는 곳은 사람들의 집중을 받는다. 큰 이득(BENEFIT)이 될 것이다.

-G20정상회담에서 환율논쟁이나 기타 금융 현안들에 대해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G20에는 적극적인 리더들이 많다고 본다. 재미있는 것은 G20정상회담 기간은 짧은데 그 안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얻어내길 기대한다는 점이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협의를 통해 회담이 끝난 후에도 각국이 움직이고 협력할 수 있는 의제(Agenda)를 도출했으면 한다.

◇세계 경쟁력 갖춘 한국기업 더 성장한다

-한국의 다우 지속가능경영지수에 속한 기업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이 어떻게 보는지?

▲외국투자자들은 기업의 이익성장성과 성장전략 이행능력을 먼저 살펴본다. 지속가능성은 기업이 사회 내에서 책임 경영을 통해 발전하는 일종의 방법론적 접근일 뿐이다. 지속 가능성은 기업의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을 투자해도 되는지의 근거를 골라내며 투자할 곳을 찾는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란 향후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일종의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지속성이 없는 회사는 성장도 힘들 테니 말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기업의 리스크와 모험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정도일 뿐 구체적인 기업 전략이나 시장 내 위치(position)까지 분석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기는 힘들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수혜기업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 대표기업들이 꼽히고 있다. 이면에는 환율 수혜 영향이 컸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들 기업의 세계 경쟁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이들 기업(삼성전자, 현대차)이 환율의 수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세계적인 상품을 제작하고 세계시장에서 위치를 확고히 했기 때문에 성장성이 두드러졌다고 본다.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한국의 대기업들이) 더 큰 활약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삼성과 현대차는 글로벌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한국 대기업의 좋은 사례들이다. 이 기업들이 지금껏 많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한국 증시 미래 밝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이 부상하고 있는데 해외투자자들이 이머징 마켓 어떻게 생각하나?

▲해외투자자들은 이머징 마켓이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 경제 성장에 지금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물론 선진국들이 아직까지는 이머징마켓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으며 최근 세계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데 있어 힘겨워하고 있다. 이머징 마켓과 개도국들은 침체를 빠른 속도로 극복하고 세계 경제 성장에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증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어 한국 증시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많은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진입하거나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파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들은 한국 주식시장에 자유로운 진입을 원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의 투자자들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봐 정책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존 프레스보는 누구인가

존 프레스보(John A. Prestbo) 사장은 1964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입사했으며, 이후 1981년 다우존스 라디오국의 부사장을 거쳐 1983년 월스트리트저널의 편집장을 지냈다. 1993년 다우지수로 알려진 다우존스지수(Dow Jones Index) 개발을 주도한 바 있다. 다우지수는 현재 전 세계 대부분 국가와 투자기관이 다양하게 활용하는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다우존스인덱스 편집장 겸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다양한 서적을 공동 저술, 발행했으며 가장 최근의 저서로는 미국 근·현대사를 정리해 1999년 발간된 ‘시장의 척도(The Market’s Measure)‘가 있다. 1967년과 1968년, 두 번에 걸쳐 미주리(Missouri)대와 로보 어치브먼트 재단(George M. Loeb Achievement)으로부터, 최고의 경제보도(Business Writing)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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