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의 고통은 우리의 힘?.. 뒤돌아 웃는 독일

입력 2010-09-0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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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내 양극화 심화

불황이 대부분의 유럽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독일은 이를 호기로 나홀로 선전하고 있다.

경기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고조로 독일 국채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독일 차입 비용은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한편 유로화 약세에 힘입어 수출이 급증해 독일 경제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아일랜드와 독일의 10년만기 국채 스프레드는 3.57%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포르투갈 스페인과 독일 10년만기 국채 스프레드는 각각 3.33%와 1.92%로 역시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스와 독일 국채 스프레드는 이들 국가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처럼 유로존 가운데 취약한 국가들과 독일처럼 비교적 경제가 안정된 나라의 차입 비용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의 차입 비용이 높아질 경우 법인에 대한 대출금리를 상승시키거나 국가 재정을 한층 더 압박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존 레이스 채권 투자전략가는 “유로존은 조건이 같은 씨름판이 아니다”며 “경쟁면에서 독일이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에 아일랜드나 스페인 같은 나라들은 독일과 같은 금액의 자금을 빌리는데 훨씬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국가의 경제가 수출면에서 독일만큼 효율적인 경쟁상대와 겨루기는 상당히 어렵다”면서 “독일은 차입 비용이 낮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싼 값에 물건을 팔 수 있으며, 이것이 결국 독일의 수출과 경제 성장에 이득이 되는 한편 다른 나라에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독일이 유럽 전체에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독일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사상 최저인 2.09%까지 하락하며 안전자산 도피처로서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반면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4.02%로 스프레드가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자체는 금융 위기 이전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7년 7월에는 5%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아일랜드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1990년대 중반의 절반 수준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FT는 이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가 채무를 상환하는데 드는 비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M&G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로이드 기관투자 부문 대표는 “일부 유로존 시장과 독일간 스프레드는 매우 크지만 전반적인 금리는 별로 높지 않다”며 “스페인의 경우 전반적 차입 비용은 그리 가혹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 내의 불균형이 비교적 취약한 국가의 성장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베어링 자산운용의 앨런 와일드 채권환율 부문 책임자는 “약한 유로존 국가와 독일간의 스프레드 확대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경제가 어려움을 겪게 되고, 독일 국채의 우위가 앞으로도 계속되면 유로존의 재정이 열악한 국가의 채권시장에 한층 압력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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