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④ 美경제 더블딥 피할 수 있을까

입력 2010-09-01 14:02수정 2010-09-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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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노믹스는 실패하는가

(편집자주: 취임 20개월을 맞은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공격적인 경기부양에도 경제회복이 요원해지면서 정책 변경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4회에 걸쳐 오바마노믹스를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위기의 오바마노믹스 어디로

② 구제금융과 헬쓰케어는 실패작?

③ 통화당국도 혼선...헷갈리는 버냉키

④ 美경제 더블딥 피할수 있을까

미국의 고용 및 부동산시장 침체로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면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계속 10%에 육박하며 정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실업률은 9.5%를 기록했고 8월 역시 9.6%로 여전히 정체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미국 2008년7월~2010년7월 실업률 추이(미 노동부)

장기 실업자가 늘면서 약 4080만명의 미국인이 정부가 지급하는 '푸드 스탬프(food stamps)'로 식비를 보조받고 있고 실업자의 45%는 구직기간이 평균 27주에 달한다.

미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연율 1.6%로 지난해 4분기의 5.6%, 올해 1분기의 3.7%에서 크게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세제혜택 종료 이후 침체를 보이고 있다. 주택 관련 산업은 미국 GDP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고용시장 침체와 더불어 부진한 부동산경기로 인해 더블딥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집계한 지난 7월 기존주택판매는 전월 대비 27.2% 감소한 연율 383만채로 통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신규주택판매도 전월 대비 12.4% 감소한 연율 27만6000채를 기록해 지난 1963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나타냈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라이언 스윗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 경기회복세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면서 “잠재적 주택구매자들은 현재 두자릿수에 가까운 실업률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주택구매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달레스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시장이 이미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현재 주택가격은 더블딥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추가로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었던 제조업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지난 7월 제조업지수는 전월의 56.2에서 55.5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지난 8월 자동차 판매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율 1160만대로 28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월의 연율 1420만대에 비해 18%나 감소한 것이다.

트루카닷컴의 제시 토프락 부사장은 “주택판매와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소비자들은 그들의 일자리와 주택가격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하기를 꺼려한다”고 언급했다.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을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잇따라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해진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오는 하반기에 1% 미만에 그치고 더블딥 가능성이 40%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미 경제성장률이 1% 미만에 그칠 경우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돼 실물경제와 위험자산 사이의 부정적 피드백으로 미 경제가 정식적인 더블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투자업체 글러스킨쉐프의 데이빗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경기상황은 ‘침체(recession)’가 아니라 ‘불황(depression)’에 가깝다”면서 “이런 이례적 상황은 2차 세계대전 후 처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젠버그는 “경기회복을 위해서 미국 정부는 중고차 현금보상 같은 단기부양책이 아니라 법인세 인하 등의 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실업률과의 전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찰스 에반스 미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 경제는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고 더블딥 위기도 지난 6개월 동안 계속 커졌다”고 시사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달 27일 캔사스시티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통화심포지엄에서 “미국 경제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준은 지난달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기지 증권의 만기상환액을 국채 매입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추가 양적완화대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철군하는 만큼 이제는 경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면서 “현재 가장 급한 임무는 경제를 회복시키고 수 백만명의 미국인이 다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미국 경제회복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재정적자가 줄고 있고 금융업체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더블딥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2일 보고서에서 “미 경제 둔화 조짐이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고 투자자들이 더블딥 발생 가능성을 25~30%로 잡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더블딥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2.11%포인트로 경기침체가 일어나기 전에 발생하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없기 때문에 더블딥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언급했다.

▲2010년 3월~8월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추이(블룸버그통신)

경제가 위축되기 전인 지난 2006년 12월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가 -0.19%포인트로 역전됐던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는 더블딥 가능성을 그만큼 낮게 보고 있다는 평가다.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의 경기위축 예측이 실패한 것은 지난 1966년말과 1998년말 2번밖에 없다.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의 더그 오베르헬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투자자들 사이에 어둡고 비관적인 분위기가 퍼져있다”면서 “실제 우리 사업은 나쁘지 않고 비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적다”고 지적했다.

S&P500에 있는 기업들 중 75% 이상이 지난 2분기 실적이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기업들의 올해 평균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36% 올라 지난 198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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