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 양강체제에 '현대-삼성' 도전
삼성과 현대중공업이 휘발유 시장에 뛰어들면서 한국 대표 기업간 뜨거운 휘발유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토탈이 정유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정유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데다 현대중공업이 11년 만에 현대오일뱅크를 다시 찾으면서 SK에너지·GS칼텍스의 '양강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휘발유 시장의 '메인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그동안 외국계 기업이 운영했던 현대오일뱅크로서는 계열사와 연계한 마케팅에 한계가 있었지만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면서 계열사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카드 등 현대.기아차 그룹은 물론 '범현대가(家)'의 지원을 받는다면 포화상태인 경질유 소매시장의 점유율도 변화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쿠가 점유율 2위인 GS칼텍스와의 격차가 10%포인트가 넘는 현실에서 당장 순위 변화는 없겠지만 현대가의 협조를 얻어 할인혜택, 마일리지 제도 등을 내세워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점유율의 변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범 현대그룹 관계사들의 지분 참여 등으로 보다 직접적인 관계가 형성된다면 판세 변화는 더욱 뚜렷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역시 그룹의 화학계열사인 삼성토탈을 통해 휘발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분간 내수보다는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수출시장을 비롯한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회사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삼성토탈은 지난달 항공유 3만t을 싱가포르에 수출했고, 최근 휘발유 5000t을 생산해 호주 등에 수출했다. 다만 원유를 정제하는 기존 정유사와 달리 삼성토탈은 나프타를 분해하면서 나온 부산물을 가공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SK·GS 등 기존업체의 견제가 본격화하는 등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최근 항공유·휘발유를 생산하는 만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석유정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석유정제업으로 분류되면 비축유 확보 등 까다로운 시설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높은 세금도 부담해야 한다. 현재 석유화학기업인 삼성토탈은 '석유수출입업 및 부산물판매업'으로 분류돼 이런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엄연히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정제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삼성토탈은 나프타를 분해하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을 이용했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정제업은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신경전을 '삼성' 브랜드를 갖춘 경쟁자의 등장에 대한 정유업계의 견제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에너지·GS칼텍스 등 정유업계 메이저들은 시장점유율 유지 및 확대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중대형 2차전지 사업·신재생에너지·해외자원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중대형 2차전지, 그린폴, 편광필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SK에너지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국내 첫 순수 전기차 'i10'에 배터리를 공급키로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연료전지·탄소소재 개발 등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SK와 GS를 중심으로 4강체제를 구축했던 정유업계가 삼성 등 신규사업자의 등장으로 긴장을 하고 있다"면서 "향후 각 계열사와의 협력, 신규사업 등의 전략에 따라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